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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속에서 꽃피는 문학, 존재 의미 알게돼"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알바니아 독재정권 시절

신화·전설·민담 등 활용

암울한 조국 현실 그려내

"노벨문학상 수상 한트케

문학 한계선 넘어" 비판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가 자신의 책 ‘잘못된 만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가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마일 카다레. /사진제공=문학동네


“인간은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장애물을 마주하게 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주 큰 어려움 앞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알바니아에서 독재가 끝났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자유로움 속에서만 실존하지는 않습니다.”

알바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3·사진)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작품 특유의 풍자에 대해 “신화와 전설·구전민담을 적극 수용해 작품세계를 구상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알바니아 동료 작가들, 당시 공산주의 정권 아래 있던 모든 작가들이 권력에 대항해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찾다가 도달한 한 가지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제9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은 카다레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방세계에 대한 언급조차 금기시되던 독재정권 시절에 알바니아를 적으로 규정했던 나라들에서 첫 책이 출간되는 기묘한 상황을 겪었다”며 “이런 경험이 어떤 식으로든 작품 속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알바니아 독재정권 시절 신화와 전설·구전민담 등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려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출판 금지 등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뒤에도 고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알바니아보다 유명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그의 작품은 현재 한국어를 포함해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카다레는 간담회 도중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트케는 보스니아·코소보 등 발칸 곳곳에서 인종학살을 자행한 전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대통령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옹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카다레는 “한트케와는 친분이 있는 사이지만 작가로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섰다”며 “작품세계와 정치적인 세계를 결부시켜 생각해서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이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종학살이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수용하거나 이해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데 대한 기쁨도 전했다. 카다레는 “한국에서 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고국 알바니아에서는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며 “한국의 문명과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바니아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 문화는 물론이고 문학도 전반적으로 그 지위가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다레는 24일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의 강연회를 시작으로 오는 29일까지 각종 시상식과 강연을 통해 한국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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