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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속 주요국 일제히 금리인하 합류...자산시장 활기 예고

[머니+ 글로벌 포트폴리오 가이드]

다시 한번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투자자들 '리스크' 올라타고 증시 상승흐름 탈듯

주식·채권 동시에 매수하는 '바벨전략' 펼칠때

짧고 신중한 접근으로 취약한 펀더멘탈도 대비를







금융시장에서 자산의 가격은 내재한 펀더멘털에 따라 결정된다고 많이들 생각한다. 예컨대 적정 주가는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 즉, 향후 이익창출능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이 이에 해당한다. 얼핏 보기에 이런 생각은 매우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느껴진다. 가격과 가치는 보통 같은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에서 이러한 믿음을 벗어나는 사례는 꽤 흔하다. 펀더멘털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도 갑자기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를 우리는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심지어는 펀더멘털이 악화됐음에도 오히려 가격은 상승하는 상황도 드물지 않다. 작게는 기업의 주가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의 주가지수에 이르기까지 이런 현상에서 예외라고 할만한 대상은 특별히 없다.

그렇다면 자산의 가격을 움직이는 진짜 요인은 무엇일까. 펀더멘털도 중요한 요소지만 그보다 유동성의 증감이 가격변동에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시카고학파의 창시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과거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고 화폐적 현상이다’라는 유명한 발언을 한 바 있다. 물론 이 발언은 통화량 같은 명목변수의 움직임이 실질변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고전적 이분성에 관한 얘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산시장의 가격변동에 있어서도 비슷한 원리가 작동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자산의 실질가치에 변화가 없어도 유동성의 확대나 축소는 명목변수라 할 수 있는 가격의 등락에 결정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유동성의 힘을 우리는 지난 수 년 동안 반복적으로 확인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 연준은 제로금리와 함께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현재까지 글로벌 자산시장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장이 버블 우려를 일으킬 만큼 극적으로 상승해왔다. 당시 연준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헬리콥터 벤이라고 불렸다. 하늘에서 돈을 마구 살포했다는 의미이다. 사실 헬리콥터 머니라는 말 역시 프리드먼이 처음으로 사용했던 표현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원인을 통화량 부족으로 분석했던 프리드먼은 금리인하로도 한계가 있는 강한 경기하강이 발생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전통적 방법으로 시장에 유동성 직접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금리 기조 하에 세 차례에 걸쳐 실행되었던 양적완화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얼마나 회복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판단하기 어렵다. 고전적 이분성이 실제로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산가격에 미친 효과만은 확실했다. 미국 S&P 500 지수는 2009년 저점 대비 10년 만에 4배 이상 급등해 이미 역사적 최고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고 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산시장은 다른 어떤 변수보다도 통화량 변동에 이끌려 등락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글로벌 증시의 급락은 연준의 빠른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아직 시장의 체력은 유동성을 제거해도 홀로 서 있을 만큼 건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대로 금년 들어 기록적인 반등세를 보였던 글로벌 증시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에 대한 환희에 찬 응답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장을 보자. 경기둔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펀더멘털은 향후 더 훼손될 우려가 있음을 경계해야 하는 국면이다. 상반기 급등했던 증시는 여름을 지나며 상승탄력이 약해져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국 또 유동성의 방향이다. 9월 이후 EU, 일본, 호주, 중국, 러시아, 인디아 등 주요국들이 일제히 금리인하 사이클에 합류하고 있다. 미국 역시 10월 FOMC에서 다시 한번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지표의 부진 속에 주요국들은 유동성 공급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험적으로 볼 때 단기적으로 자산시장의 활기를 높이는 스테로이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올라탈 것이고 채권가격도 상승하겠지만 증시 역시 상승할 것이다. 다시 한번 유동성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권유하는 전략은 이른바 바벨 전략이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바벨의 양 끝에 메달아 함께 들어 올리는 전략을 의미한다. 위험자산인 주식매수를 통해 투자자들은 시장금리 이상의 수익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안전자산인 채권은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해 줄 것이다. 다만 이 바벨전략의 유효기간을 너무 길게 가져가는 것은 어렵다. 금년 초 급등하던 증시가 2·4분기 들어 급락했던 것처럼 취약한 펀더멘털 하에 통화적 현상으로 상승한 자산가격은 높은 불확실성을 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경기둔화를 벗어나지 못하는 환경에서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짧은 호흡으로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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