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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수감자 5년새 50%↑…야근 휴무 '펑크'까지 겹쳐 교도관 스트레스 극심

[74주년 교정의 날…교도관 일일체험]

벽지 뜯어내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일반 수용자들 불만 고스란히 받아

야간근무 불구 인력부족·업무과중

다음날 못쉬기도…사실상 휴일없어

본지 조권형 기자가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구치소에서 1일 교도관 체험을 하며 수용시설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법무부 교정본부




“네, 무슨 일이에요?” “지금 몇 시인가요? 침구 줄 때 안 됐나요?” “아직 오후 8시예요. 30분 더 있어야 해요.”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법무부 교정본부 수원구치소의 엄중계호수용동. 수용자들이 교정생활 중 문제를 일으켜 조사·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 수용되는 곳이다. 한 수용자가 호출해서 가보니 침구를 달라고 했다. 엄중계호수용동에서는 징벌의 일환으로 오후 8시30분에 침구를 일괄 지급하기 때문에 수용자에게 “기다리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시계는 물론이고 소지품이 거의 없었다. 교도관실로 돌아와 폐쇄회로(CC)TV로 해당 수용자가 지내는 방을 보니 벽지를 뜯어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다른 수용자와 같은 방에서 지낼 수 없고 계속 관찰해야 할 필요도 있어 CCTV가 달린 엄중계호수용동의 독방에 데려다 놓은 것이다. 시계가 오후 8시30분을 가리키자 침구를 지급했다. 취침 전 먹는 정신과 약도 줬다. 약을 먹고도 한동안 벽지를 계속 뜯던 그는 오후 9시께 자리에 누웠다. 거실 밖에 있는 휴지통에 뜯어낸 벽지가 수북했다.

28일 제74주년 교정의 날을 앞두고 교도관 일일체험에 나선 기자와 함께 근무한 교도관은 “꽤 조용할 때 오셨다”며 “저 수용자는 양호한 편”이라고 했다. 그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 흥분해서 소리를 마구 지르고 심지어 벽에 분뇨를 바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법원에서 집행유예나 치료감호 판결이 날 때까지는 계속 교정시설에 있게 된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구금한 채 보살피는 일이 오롯이 교도관에게 맡겨진 것이다.

/자료제공=법무부


이날 교도관들은 정신질환 수용자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부 교정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606명이던 정신질환 수용자는 올해 8월에는 2,430명으로 50% 늘었다. 병명별로는 우울증 진단자가 같은 기간 925명에서 1,536명, 조현병은 400명에서 541명, 인격장애는 65명에서 102명으로 늘었다.

정신질환 수용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교정 관계자들도 명확히 모른다. 지난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정신병원 입원에 본인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입원이 까다로워진 영향 때문으로 추정할 뿐이다. 정신질환 수용자 증가로 인해 교도관의 업무 부담은 덩달아 커지고 있다. 몹시 흥분한 수용자를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나서 몸을 씻기는 것까지도 교도관의 몫이다. 일반 수용자들이 정신질환 수용자에게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만도 고스란히 교도관들에게 되돌아오는 상황이다.



본지 조권형 기자가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구치소에서 1일 교도관 체험을 하며 수용시설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법무부 교정본부


문제는 이미 교도관들이 인력 부족으로 인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야근자는 다음날 절반씩 휴무를 갖는데, 쉬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가뜩이나 교도관 인력이 적은 상황에서 수용자가 외부 병원에 입원하거나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 호송해야 하는 일이 잦아서다. 입원 출정의 경우 교도관 3명이 같이 나가야 하며 검찰 출정의 경우 수용자가 검찰 조사를 받는 내내 입회해야 한다. 이로 인해 근무지의 인원이 부족해지면 휴무자가 출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야근 근무자는 4교대(주간·야근·비번·절반 휴무)로 돌아가기 때문에 휴무 때 쉬지 못하면 사실상 휴일이 없다. 기자가 야근을 해보니 근무 중 4시간은 수용동 순찰을 돌아야 했기에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한 교도관은 “나이 든 교도관들이 특히 힘들어한다”며 “야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악성 민원형 수용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이들 수용자는 교도관에 대해 진정·고소·고발을 하고 정보공개청구로 방대한 자료를 요구한다. 실제로 기자가 엄중계호수용동에서 만난 한 수용자는 방 안에 수 개의 자료 더미를 쌓아두고 밤중에도 계속해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수용자의 교도관 고소·고발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561건이 이뤄졌는데, 처리가 완료된 6,326건 중 기소된 사건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업무 과중에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교도관이 늘고 있다. 교정공무원 자살자는 2015년 2명에서 2016년 3명, 2017년 4명, 지난해 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도 벌써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 만난 교도관들은 일단 야근 휴무라도 온전히 지켜질 수 있는 수준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증원은 다른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 충원과 근무 체계의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교정청 신설과 교정공무원의 특정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교도관은 “인원이 확충되면 수용자 교화에 더욱 정성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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