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지원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다. 특히 전국 최초로 사실혼 신혼부부에게도 전월세 자금의 이자를 시가 부담하는 금융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간 난임치료비 지원 등 복지정책에 사실혼 부부가 포함된 적은 있지만, 주거지원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서울시는 3년간 3조원을 투입해 연간 2만5,000쌍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신혼부부 주거지원의 문턱을 낮춰 지원 대상을 늘린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시는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 대상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금융지원은 무주택 부부에게 전월세 보증금을 최대 2억원까지 저리로 융자하고, 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시는 결혼 5년 이내에서 7년 이내로, 소득 기준은 부부합산 8,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완화할 계획이다. 특히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회 통념상 부부로 볼 수 있는 사실혼 부부가 처음으로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모자보건법과 국민연금법 등에서는 사실혼 관계자를 배우자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지원 정책에 사실혼 부부를 포함한 것은 서울시가 최초다. 세부 내용은 추후 조례 개정과 대출기관 등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혼부부 임대주택은 연평균 2,445가구를 추가해 매년 1만4,500가구로 확대한다. 시는 이 같은 신혼부부 주거지원 확대를 위해 해마다 약 1조원씩 오는 2022년까지 3조1,06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사실혼도 동거 1년이상땐 ‘신혼’ 인정?…주택정책 전환 불지피나>
이번 서울시의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책 골자는 금융지원 및 주택공급 확대 등 3년간 3조원을 투입해 연간 신혼부부 2만5,000쌍을 지원하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한 해 기준으로 신혼부부 두 쌍 중 한 쌍이 지원 대상이 된다. 선심성 정책과 부작용 우려 등 논란 여부를 떠나 눈길을 끄는 것은 전월세 보증금 금융지원 대상에 ‘사실혼 신혼부부’를 포함시킨 점이다. 최근에는 난임치료 지원 대상에 사실혼을 포함하는 등 사실혼을 실제 혼인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주거지원 정책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혼도 연봉 1억 미만이면 전월세 지원=시가 발표한 신혼부부 주거지원의 핵심은 전월세 자금의 이자를 서울시가 부담하는 금융지원 대상을 늘리고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은 서울시가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직접 조달한다. 기존 주택 매입 또는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 등의 방법으로 연간 1만4,500가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금융지원 대상 확대다. 임차보증금 지원 대상 소득기준을 기존 부부합산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고 지원 기간도 8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이자 지원도 연 1.2%에서 3%로 확대했다. 바뀐 기준에 따르면 연봉 1억원 이하 신혼부부는 서울시로부터 이자 지원을 10년 동안 받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시는 금융지원 대상에 사실혼 신혼부부도 포함시켰다. 아직 사실혼을 판단할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으며 추후 조례 개정과 은행·주택금융공사 등 대출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다른 법에 사실혼 기준이 일부 있는 것을 참고해 최소 동거 기간 등 서울시 사정에 맞는 기준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실혼 문제는 프랑스나 다른 나라의 예에서 보다시피 과거 전통적인 호적에 등록된 것만이 아니라 실제 부부로서 사는 것이 확인되면 당연히 법적 보호도 해야 한다”면서 “난임 부부에 대해서는 이미 (사실혼 부부도) 지원하고 있다. 형식상의 확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확인을 통해서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거지원 정책에 사실혼 첫 포함=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것은 그간 주거지원 정책에서는 사실혼이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모자보건법이나 국민연금법 등에서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있지만 주거정책에서는 지금까지 사례가 없었다. 현재 주거지원 정책은 혼인 여부와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실제 신혼희망타운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은 혼인 기간 7년 이내여야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디딤돌대출과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등도 혼인 5년 이내만 지원이 가능하다. 일부 정책은 3개월에서 1년 이내 결혼 예정자에게도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나 정해진 기간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예로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보자.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시 혼인신고 전에 자녀를 낳은 경우 1순위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보면 혼인신고일 기준 7년 이내에 ‘출산(임신·입양 포함)한’ 자녀가 있는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1순위 자격을 부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거지원 정책 역시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사실혼, 제도권·가족으로 인정받을까=통계청의 지난 201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동거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6.4%를 기록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도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최근 들어 이런 시대 변화상에 맞춰 사실혼을 제도권 가족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은 가속화 하고 있다.
복지부는 사실혼 부부도 난임치료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사실상 혼인관계 부부도 난임치료 시술이 가능해졌다. 1년 이상 동거한 사실혼 부부의 경우 난임 치료 시술을 받을 때에도 법률혼 부부와 동일하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건강가정기본법 전면 개정을 발표하고 가족의 범위에 사실혼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여러 분야에서 사실혼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결정으로 주거지원 대상에 사실혼을 포함시키는 것이 확산될지 관심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신혼부부 주거안정 예산이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3조1,06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는 신혼부부 주거안정 지원 정책으로 사회경제적 편익 6조4,000억원, 생산유발 효과 7조8,000억원, 부가가치 창출 4조7,000억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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