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내년 4월부터 복층형 수소충전소 건설을 허용하기로 했다. 복층형 수소충전소는 이미 일본 등지에서는 허용된 시설로, 서울 도심 등 충전소 면적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서 수소경제 활성화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31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수소차·게임·가상현실(VR)·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육성을 지원하는 ‘신산업 현장애로 규제혁신 과제’ 33건을 논의·확정했다.
먼저 눈에 띄는 규제 혁신 분야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수소차 관련 애로 사항이다.
현재 수소충전소 시설은 지상에만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충전 수요가 많은 대도시 도심에 충전시설을 건설하는 게 힘들다는 업계의 호소가 계속돼 왔다. 부지 확보도 어렵지만 부지 매입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지 확보 어려운 도심서 면적 효율성 높여
일본의 경우 이미 복층형 수소충전소를 허용, 일반 수소충전소 면적 500~600m²의 절반 수준인 280m²에 세울 수 있도록 했다. 고베시에 위치한 에어리퀴드사의 시치노미야 수소충전소가 대표적이다. 이곳을 다녀온 ‘월간수소경제’ 취재기에 따르면 고베 수소충전소 1층에는 디스펜서, 고압수소가스용기, 수소가스 압축기 등 무게가 많은 설비를, 2층에는 물탱크, 냉각기 컨트롤패널 등을 절시해 면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복합형 수소충전소(마더스테이션)에 대한 이격거리 기준을 이미 지난 7월 완화했고, 개발제한구역 내에 설치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 범위 확대를 8월 마쳤다. 이에 따라 저장식 수소충전소 뿐아니라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제조식 수소충전소 설치도 허용된다.
관련기사
게임만 하던 VR 시뮬레이터에서 영화도 관람
정부는 또 그 동안 게임만 탑재 가능했던 유원시설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에 내년 3월부터 영화 관람 기능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그 동안 VR 시뮬레이터 탑승인원을 5명으로 제한했으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지적을 수용, 6인승까지 확대할 수 있게 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 다인용 기구는 2인용, 4인용 등 짝수 배열로 제작돼 현재 최대 4인까지만 탑승이 가능하나 6인승으로 확대 운용하게 되면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까다로운 게임 심의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동일한 게임을 PC·비디오·모바일· 아케이드 등 여러 플랫폼에서 출시하면 플랫폼 별로 심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동일한 게임물을 어느 하나의 플랫폼으로 심의 받았을 경우 타 플랫폼별 게임도 심의 받은 것으로 간주해주기로 했다. 다만, 아케이드 게임 등은 다른 게임과 등급분류 체계 및 등급분류 절차가 달라 이번 규제 개선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 정부는 또 AI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기기도 의료기기로 인정해 단 한 번의 인허가 절차만 진행하도록 관련 절차를 최근 간소화했다.
“신산업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돼”
이 총리는 “수소차, 가상현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혁신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투자와 육성정책이 맞물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리는 “기존 산업과 이해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지만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며 “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은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책상에서보다 소통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