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 주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윤지훈(37)·김민영(35)씨 부부는 두 달 전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3년 넘게 간절히 꿈꿔온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남편에게 작은 제안을 하나 했다. 아기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대신 좋은 엄마·아빠가 될 수 있도록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놓자는 것이었다. ‘언제쯤 우리 부부에게도 우리를 꼭 닮은 아이가 생길까’라는 조바심을 품고 며칠 전 우연히 들른 인터넷사이트에서 한 민간연구소가 운영하는 예비부모학교에 시선이 꽂힌 터였다.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짜증을 내고 다투는 일도 잦았는데, 부부관계를 회복하고 ‘예비부모’로서 출산 전까지 알차게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곧장 수강신청을 한 김씨는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수업을 듣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제 5개월 정도 있으면 아이가 태어나는데 한 달 동안 열심히 ‘학교’를 다녀서인지 마음이 든든하다”는 김씨는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안고 하나뿐인 자식에게 사랑을 쏟고 싶은 생각”이라며 웃어 보였다.
일대일 맞춤형 솔루션·아빠 임산부 체험하기…
민간硏·지자체 등 이론·실습 겸한 프로그램 풍성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신부들을 위한 부부학교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출산을 기다리는 젊은 부부를 겨냥한 부모학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연구소 등이 신혼부부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으면서 예비부모교실이 ‘준비된 아빠·엄마’를 꿈꾸는 이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인기 유튜버이자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육아메이트’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오연경 전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외래교수가 이끄는 내리사랑교육연구소는 올해 5월 ‘내리사랑 부모 코칭센터’를 개소했다.
내리사랑 부모 코칭센터의 콘텐츠는 크게 상담 프로그램과 강좌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부모들이 전문 컨설턴트로부터 일대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맞춤형 진단과 솔루션을 1회 33만원에 제공한다. 강좌 콘텐츠는 ‘러브 마스터 과정’과 ‘훈육 마스터 과정’으로 다시 구분된다. 두 과정은 모두 주 1회씩 월 4회로 이뤄지며 비용은 러브 마스터 15만원, 훈육 마스터 12만원이다. 이들 수업을 신청한 부모들은 양질의 육아서적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은 물론 아이의 돌발행동에도 당황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4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박모(32)씨는 “양육과 훈육이란 부모가 가슴에 품은 ‘가치’를 전하는 것이라는 강사의 말이 특히 와 닿았다”며 “기대감이라고는 전혀 없이 마지못해 함께 수업을 들었던 남편도 크게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센터의 오경선 코칭매니저는 “일대일 상담은 한 달 최대 20명, 강좌 프로그램은 15명으로 정원을 맞춰 운영하는데 매번 수강생들이 꽉 찬다”며 “예비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새롭게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양육·훈육은 부모의 ‘가치’ 전달하는 것” 코칭
배움에 익숙한 3040…출산 앞두고 필수 코스로
성남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올해 7월 ‘예비부모학교’라는 간판을 내걸고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육아의 신(神)’ 강좌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부모들은 이틀에 걸쳐 이론과 실습을 곁들인 신생아육아법, 화사한 꽃과 함께하는 플라워 태교, 아빠의 임산부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지난해 강북구와 손잡고 ‘부모성장교실’을 열었다. 내 사랑 부모 코칭센터처럼 아이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들을 위한 이 프로그램은 강좌마다 60~80명의 정원이 금세 채워지며 성황을 이뤘다.
가천대 세살마을연구원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서울의 23개 자치구와 경기·인천의 11개 지역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후원을 받는 이 연구원은 아이의 뇌 발달 과정 소개와 편지 쓰기 등의 콘텐츠로 수업을 구성했다. 이들 민간연구소나 지자체 외에 각 지역의 교회·성당 등 종교시설도 예비부모학교를 속속 신설해 젊은 신도들에게 알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예비부모학교들이 인기를 끄는 배경을 전문가들은 30~40대가 보편적으로 지닌 세대별 특징과 연관 지어 해석했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어릴 때부터 교과목은 물론 예체능 분야까지 사교육의 혜택을 받으며 자라온 30~40대는 ‘배움’에 익숙한 세대”라며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가 예비결혼학교·예비부모학교의 성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