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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까지 '脫디젤'...현대차, 모빌리티 기업 전환 속도낸다

[현대차 디젤엔진 R&D 대폭 줄인다]
환경규제 등으로 사업성 떨어지고 친환경차 수요 늘어
R&D 능력 미래·가솔린자동차에 올인...시장 대응할 듯
디젤엔진 투자여력 배터리 개발에 직접투입 가능성도

  • 박한신 기자
  • 2019-11-03 17:43:59
  • 기업
SUV까지 '脫디젤'...현대차, 모빌리티 기업 전환 속도낸다

현대·기아차(000270) 연구개발(R&D) 센터인 남양연구소와 디젤엔진을 공동개발하는 엔진 테스트 전문업체 A사는 최근 연구소로부터 “디젤엔진 신규 개발을 대폭 줄이니 대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남양연구소가 앞으로 디젤엔진 성능 개선과 신규 모델 개발을 확 줄이고 친환경차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얘기였다. 디젤엔진 관련 비중이 상당한 이 업체는 중국 등 아직 디젤 수요가 있는 나라의 업체들로 거래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지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기아차의 디젤엔진 R&D 축소로 한국의 ‘탈디젤’ 또한 완성 단계에 왔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이 디젤엔진 개발을 줄이기로 한 것은 디젤엔진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친환경차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젤엔진 수요가 줄어든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15년 유럽에서 터진 ‘디젤 게이트’였다. 폭스바겐이 디젤엔진 배출가스량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디젤의 반(反)환경성이 다시 불거졌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벌금 규정도 자동차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수준으로 개정됐다. EU에서는 오는 2021년부터 ㎞당 95g을 넘어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1대당 1g/㎞마다 95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SNE리서치는 폭스바겐이 연 1조8,000억원, 현대차그룹이 연 3,828억원의 벌금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이익보다 벌금이 더 큰 상황이 현실화할 우려가 제기됐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환경 규제에 맞춰 벌금을 피하려면 디젤엔진 R&D에 더 큰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혼다가 2021년 유럽에서 디젤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포르쉐와 볼보는 디젤엔진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포드와 폭스바겐도 디젤 라인업을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탈디젤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디젤엔진은 ㎞당 0.56g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 가솔린 0.02g, LPG 0.006g보다 월등히 많다. 정부는 지난 1일에도 노후 경유차가 수도권에서 운행할 수 없도록 하는 미세먼지대책을 발표했다. 10년 만에 ‘클린 디젤’에서 ‘더티 디젤’로 정책 위상이 추락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R&D 능력을 친환경·가솔린에 ‘집중’해 미래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미 그랜저·아반떼 등 승용 라인업에서 디젤을 없앴고 기아차 또한 K5·스팅어 등 일부 승용 디젤의 단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엔진 생산 자체를 현대위아 등 계열사에 맡기고 현대·기아차는 미래차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디젤엔진 투자 축소를 시작으로 현대·기아차가 전기차의 핵심기술인 배터리 생산에 직접 뛰어들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시장의 주류가 됐을 때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제때 공급받을 수 없는 ‘배터리 대란’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자체적으로 배터리 공장을 짓고 미국 GM이 LG화학과 공동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2025년까지 전기차 85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원활한 수급이 전제돼야 한다”며 “디젤엔진 투자 축소를 시작으로 현재 30%인 파워트레인 비중이 줄어들면 그 여력을 배터리에 직접 투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이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직원 1,200여명과 함께한 ‘타운홀미팅’에서 그는 “현재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지만 미래에는 자동차 50%, 개인용 플라잉카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그 안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자동차 비중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내수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디젤엔진 성능 개선에서 손을 떼는 만큼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인 쌍용차도 디젤 대신 가솔린을 차량에 탑재하는 등 탈디젤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며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국내 디젤 역사에 대한 마침표이자 친환경·미래차 흐름 진입의 시작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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