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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해외 작가의 문학상 수상이 반갑지 않은 이유

최성욱 문화레저부





“박경리 작가는 좋은 작가임이 확실하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가입니다. 박경리라는 이름은 충분히 많이 알고 있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볼 계획입니다.”

‘제9회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알바니아의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최근 한국 취재진으로부터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이런 답변을 내놨다. 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열린 간담회 자리였지만 수상자가 세계적인 작가인 만큼 이날 취재진의 관심은 카다레의 작품 세계와 그의 신작에 쏠렸다.

카다레와 동시대에 작품 활동을 해온 고(故) 박경리(1926~2008) 작가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이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며 많은 동료작가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특히 그가 남긴 대하소설 ‘토지’는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카다레가 망명한 프랑스에서도 수십년 전부터 번역 출간되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은 각종 문학상이 쏟아지는 계절이다. 올해도 노벨문학상부터 부커상·공쿠르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박경리 문학상’을 포함해 매년 200여종에 달하는 문학상이 내로라하는 작가들에게 돌아간다. 통상 문학상은 이름을 딴 문인의 문학 세계를 기리자는 취지로 제정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문학계에서는 해외 유명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해 상의 권위를 높이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문학상보다 더 유명한 수상자를 ‘모셔야’ 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까지 연출된다. 매년 가을 들려오는 해외 유명 작가의 국내 문학상 수상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박경리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박경리 문학상’은 상금 규모나 역대 수상자들을 봐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굳이 한국 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수상자를 모셔가며 권위를 확보해야 할 이유가 없다. 카다레는 일주일 남짓 국내에 머물며 박경리 작가의 원주 생가 등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났다. 이번 방한 일정이 카다레가 소설가 박경리와 한국 문학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됐길 기대해본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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