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 금융시장에서 추산하는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천차만별이며 최저 1조2,000억달러(약 1,390조원)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사우디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2조달러(약 2,33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이는 현재 시가총액 1·2위를 달리는 미국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2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가 전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상장 전 자금유치 보고서에는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1조2,200억~2조2,700억달러로 추산했으며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조6,000억~2조3,000억달러로 평가했다. 아람코의 IPO 절차에 관여한 BNP파리바는 기업가치를 1조4,000억달러로 제시했다.
■기대치보다 떨어진 이유는
전세계 석유 수요 감소 결정타
‘왕실 전유’ 지배구조도 문제로
시장에서 예상하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기대치보다 떨어지는 데는 유가 침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지난 9월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이 드론의 공격을 받으며 국제유가는 한때 폭등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4월과 비교해 20%가량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둔화하는 것이 주원인이지만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에서 전기자동차 보급을 늘리며 석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것도 유가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석유 시대의 종말’이 예상보다 일찍 올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람코와 사우디 정부와의 지배구조도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펀드 운영자들은 사우디에 대한 투자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왕실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람코의 지배구조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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