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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검찰수장을 만나다] 여환섭 대구지검장 "私心없는 처리가 수사 제1원칙"

법리대로 판단, 증거에 따라 결론

기본으로 돌아가야 국민신뢰 회복

학연·지연으로 소도시까지 스며든

토착비리 척결 최우선과제로 추진

[편집자주] 검사장은 ‘검사의 꽃’이라고 불린다. 수사·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청 단위 조직을 이끄는 자리인 만큼, 검찰 내에서도 ‘에이스’로 분류되는 상위 2%만이 검사장에 오르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검찰총장 다음 가는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은 거물 정치인이나 대기업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전 국민의 주목을 받지만, 스포트라이트가 미치지 않는 지방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검사장과 검사들이 있다. 서울경제는 인터뷰 시리즈 ‘지역 검찰수장을 만나다’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여환섭 대구지검장이 4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내 집무실에서 지방 검사장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오지현기자




“수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심(私心) 없는 사건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권력의 의중 혹은 여론의 동향을 의식한다거나 이름을 날리고자 하는 공명심을 수사에 개입시키는 것은 사사로움에 해당합니다. 수사는 ‘사(私)’가 아닌 ‘공(公)’만을 따라야 한다는 게 제가 검사로서 꼭 지키고자 하는 철칙입니다.”

여환섭(51·사법연수원 24기) 대구지방검찰청장(대구지검장)은 4일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검사는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법리대로 판단하고 증거에 따라 결론 내린다’는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지검장은 이를 통해 “검찰의 처분이 일시적으로 특정 세력이나 일부 언론의 비난을 받을 수 있으나 이에 흔들리지 않고 법률가적 양심을 지켜야 장기적으로 검찰에 대한 믿음과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 지검장은 ‘살아있는 권력’을 정조준한 것으로 정평이 난 검사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해서 ‘독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국민의 정부 시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기소 했고, 참여정부 초기에는 ‘굿모닝시티 사건’을 수사해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MB 정부 최고 실세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강희락 전 경찰청장 역시 여 지검장의 손을 거쳐 사법처리됐다. 지난 3월에는 김학의 사건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아 김 전 차관을 최초 의혹 제기 6년만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여 지검장은 “주로 집권세력을 상대로 수사를 했기 때문에 적어도 권력 앞에서 좌고우면했다는 평가는 받은 적 없는 것 같다”며 “운이 좋았다”고 겸양했다.

지난 7월 대구지검장에 부임한 여 지검장은 지방 소도시까지 스며든 토착비리 척결을 지역 검사장의 사명으로 꼽았다. 그는 “대구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학연과 지연으로 밀접하게 유착된 인맥이 움직여 토착비리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은밀한 지역 비리를 발굴해 척결하는 것이 지역 주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다”고 설명했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직접수사와 범죄정보 수집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사관들이 지역 비리 포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일선 분위기도 전했다. 여 지검장은 “부정부패 범죄는 유착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윈윈’하는 방식이라 드러난 피해자가 없다”며 “그렇다고 해서 이를 방치하면 사회 전체가 붕괴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인 만큼, 국가 차원의 부정부패 대응역량과 방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여 지검장에게 대구지검은 사뭇 특별한 검찰청이다. 1998년 검사로 임관한 후 처음 근무한 초임지라 그렇다. 검사장으로 ‘친정’에 다시 돌아온 기분을 묻자 그는 “대구지검으로 발령을 받고 처음 출근했던 21년 전 4월1일, 아내의 첫째 출산이 임박하는 바람에 첫 출근과 첫 아이 탄생의 긴장감이 버무려졌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때 모습 그대로인 하얀 청사를 본 순간 초임의 설렘과 밤샘 근무를 했던 추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운 동시에 고향인 대구 경북의 검사장으로 일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여 지검장의 걱정거리는 지방검찰청 중 부산 다음으로 규모가 큰 대구지검의 업무량 탓에 직원들의 격무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여 지검장은 부임 후 형사·공판부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한 시책을 내놓았다. ‘수사·공판지원팀’을 만든 것이다. 여 지검장은 “형사부나 공판부 검사실 사정상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압수수색 현장을 나가고 중요 참고인의 소재를 파악하는 등 현장에서 역할을 해줄 인력이 부족하다”며 “반부패수사부를 비롯한 수사인력을 차출해 이를 지원하는 직제를 신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사관 3명 규모로 출범한 수사·공판지원팀에 대한 형사부 반응이 뜨거워 앞으로 탄력적으로 증원할 계획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 지검장은 인터뷰 말미에 후배 검사들에게 “일과 개인이 양립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전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이 떠오른다”며 “후배들은 공적인 업무에 열중하는 동시에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고, 자기계발과 적절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1968년 경북 김천 △1987년 김천고 △1991년 연세대 법학과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1995년 제24기 사법연수원 수료 △1998년 대구지검 검사 △2001년 서울지검 검사 △2008년 춘천지검 부부장 △2010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2011년 대검 중수2과장 △2012년 대검 중수1과장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2015년 대검 대변인 △2017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2018년 청주지검장 △2019년 대구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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