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등 핀테크의 현금 퍼주기식 캐시백 이벤트가 지나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던 카드사들이 핀테크와 손잡고 대규모 캐시백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일회성 마케팅 자제’라는 가이드라인으로 카드 업계의 출혈경쟁에 제동을 걸자 카드사들이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핀테크의 손을 잡게 된 것이다. 문제는 우회적인 출혈경쟁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핀테크와 카드사의 교묘한 협업 마케팅이 카드 업계 치킨게임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부분의 카드사가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와 함께 연회비 100% 캐시백 지급에 현금·상품권·가전제품 등의 경품까지 제공하는 이벤트를 전개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토스 애플리케이션에서 ‘현대카드 제로’ 발급을 신청하고 8만원 이상 결제하면 현금 8만원을 바로 지급한다. KB국민카드도 해당 앱에서 6종의 이벤트 대상 카드에 가입한 후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하면 각각 커피 15잔, 현금·토스머니 합산 10만원, 5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 등을 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롯데·씨티카드도 가입 후 일정 금액 이용 시 현금과 상품권을, 신한·하나카드는 커피메이커·미니오븐 등을 제공한다.
카드사들은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자로 급부상한 핀테크와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핀테크가 카드 혜택 비교 서비스로 주요 고객 유치 창구로 부상하며 카드 업계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지만 수수료 인하, 마케팅 비용 통제 등의 규제로 카드 업계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은커녕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고객들은 부가서비스 등의 혜택에 익숙한데 갈수록 규제 강도가 높아지는 가이드라인 탓에 차별화된 혜택을 담은 신상품을 내놓기도 어렵게 됐다”며 “결국 고객 기반을 갖춘 핀테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와 핀테크의 협업 마케팅 역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카드사와 핀테크의 공동 마케팅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사가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할 때 오프라인에서는 연회비의 10%, 온라인에서는 연회비의 100%를 초과하는 혜택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와 핀테크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당국의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토스 등 핀테크는 전자금융업자라 여신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연회비 혜택 제한은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하는 경우에만 해당해 카드 실적을 근거로 제공하는 추가 혜택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핀테크와 벌이는 이벤트 대부분이 여전법과 당국 가이드라인을 교묘하게 우회하고 있어 출혈경쟁을 벌여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윤·빈난새기자 lu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