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4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4%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인 반도체의 호조세에 힘입은 결과다. K-푸드·K-뷰티 인기에 힘입어 소비재 수출이 급증한 것도 수출 증가세에 한 몫 했다. 다만 대미 수출은 자동차와 일반기계 등 주력 수출 품목의 부진으로 6.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미치는 영향도 5월부터는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82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7% 늘었다. 우리 수출은 올 들어 1월 한 차례 마이너스를 나타낸 뒤 2월부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533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해 4월 무역수지는 48억 8000만 달러 흑자였다.
관세전쟁의 여파 속에서도 양호한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업황이 비교적 좋았기 때문이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7.2% 증가한 116억 7000만 달러였다. 역대 4월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고정 가격이 12개월 만에 반등했을 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 메모리의 수출 상황도 여전히 좋다”며 “전체적으로 재고를 미리 축적하려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가자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반도체를 미리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장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재 수출도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주요 15대 품목을 제외한 기타 품목의 수출이 9.7% 늘었다”며 “농수산품과 화장품·전기기기 등의 수출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부에 따르면 4월 화장품 수출은 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8% 급증했다. 농수산식품 수출 역시 8.6% 늘어난 11억 달러로 집계됐다.
문제는 미국발 관세정책의 영향을 받는 품목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4월 대(對)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6.8% 줄었다. 반도체에 이어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도 이 기간 3.8%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수출 실적이 16.6% 감소한 탓이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해외 생산 물량도 전년 대비 2만 5000대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전기차 수출이 부진하다는 점도 자동차 수출 실적을 끌어내린 요인이다. 반면 지난달 자동차 부품 수출은 3.5% 증가했는데 품목관세를 피해 재고를 쌓아두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품목관세의 타깃이 됐던 철강 역시 지난달 수출액은 5.4% 증가했다. 대미 수출액은 7.1% 줄어들었지만 아시아·중남미 지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이를 상쇄한 덕이다. 정부 관계자는 ”철강 제품은 통상 2~3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므로 품목관세가 미치는 영향은 5월 이후부터 보다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발 관세의 영향이 산술적으로 모든 품목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품목마다 영향이 제각각”이라고 부연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아직까지는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이 주는 영향이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함께 발생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전체 교역량이 줄기 시작하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전 세계 상품 교역량이 최대 1.5%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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