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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서치] '투자금 블랙홀' 인도 첨단기술 벤처, 연 50%씩 쑥쑥

■印 스타트업 생태계는 폭풍성장

스마트폰 보급 확대·기술인력 풍부

디지털 거래 인프라 개선 덕 창업활기

블록체인 벤처 펀딩 1년새 500%↑

유니콘 중심으로 '글로벌 뭉칫돈' 몰려

해외진출 위한 국제 박람회도 활발

韓기업, 협업 활용 시장진입 확대를

<권기철 부산외국어대 교수·경제학>

2016년 2월 인도 벵갈루루 만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서지 2016’을 찾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행사에는 72개국 400여개 스타트업에서 5,000여명의 관계자가 참가했다./EPA연합뉴스




인도는 지난 10년 이상 동안 스타트업 영역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다시피 했다. 물론 최근 그 기세가 좀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사실 2015년 이후 자금조달에 성공한 인도의 스타트업 수가 연간 7%의 비율로 감소해왔다.

그러나 2018년에는 스타트업에 유입된 투자금이 42억달러로 2017년의 20억달러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1,000만달러 단위의 후기 단계(시리즈 C, D, E, F)의 펀딩을 받은 스타트업 수도 2018년 약 250% 증가했다. 총액으로는 2017년 8억5,000만달러에서 2018년 3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역에서 인도의 유니콘 기업들은 글로벌 자본을 계속 유치하고 있으며 다른 시장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8년에는 인도 스타트업 분야에서 8개의 유니콘 기업이 추가됐다. 그리고 400개 이상의 인도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했다. 2018년 인도의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새로운 직접 일자리는 4만개 이상이고 간접 일자리도 40만~50만개에 이른다.

첨단기술로 창업한 스타트업들은 매년 50%씩 성장한다. 2018년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가상현실,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의 분야에서 솔루션을 창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AI의 구현은 이제 하나의 규범이 돼가고 있다. AI 스타트업은 지난 5년간 연평균 50%대의 성장을 보였고 이 분야의 펀딩도 12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에도 펀딩이 크게 증가해 증가율이 연평균 500% 이상에 달했다.

인도 스타트업 성장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소비자 수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2017년 말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4억8,000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기업에 매력적인 고객 저변을 제공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인도가 매년 키워가고 있는 거대한 기술 인재풀이 핵심 요인이다. 풍부한 인적 자원에 비즈니스를 하나의 경력으로 보는 상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더해지고 인터넷 보급의 확대, 디지털 거래 인프라의 개선으로 환경이 개선되자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자들에 의한 거대 자본 유입이 인도 내에서 창업의 기폭제가 됐다.

지리적으로는 벵갈루루, 델리 수도권, 뭄바이가 인도 스타트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2017년 기준으로 벵갈루루에 스타트업의 27%가 있는데 플립카트·올라·인모비·퀴커·무시그마 같은 유니콘 기업의 본사가 있다. 델리 수도권에는 스타트업의 25%가 본사를 두고 있다. 스냅딜·조마토·그로퍼스 등의 거대 브랜드는 델리에 있다. 뭄바이에는 인도 스타트업의 16%가 본사를 두고 있고 페퍼프라이, 올라 캡스, 토퍼, 북마이쇼 등이 유명하다. 세 도시 외에 푸네·아마다바드·자이푸르·인도르 등에서도 스타트업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 초점을 B2B(기업 간 거래)인지, B2C인지로 나눠보면 인도 스타트업의 73%가 B2C다. 대다수 기업이 소비자의 욕구에 주목해 시장의 그 부분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B2C 분야가 성장하면서 구축한 물류와 결제 시스템 등의 인프라를 활용해 B2B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펀딩의 변화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시드 단계와 초기 단계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줄어든 반면 성장 단계와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는 증가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 미국의 월마트 등 거대 투자자들이 플립카트·올라 등 인도의 유니콘 기업에 거액의 투자를 한 것과 관련이 있다. 부문별로 스타트업 투자자금의 비중을 보면, 전자상거래 부문이 2017년 기준 34%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핀테크가 22%를 차지하며 그 외에는 소비자 서비스, 의료 등이 2~3%의 비중을 차지했다. 투자 건수로는 핀테크(13%), 의료(13%), 소비자 서비스(11%), 전자상거래(9%)의 비중이 크다.

인도 정부가 지난해 1월 출범시킨 스타트업 전담기구 ‘스타트업인디아’ 홈페이지 이미지


스타트업의 설립과 성장에는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큐베이터는 사무공간·연구실·도서관·멘토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초기 단계의 신생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반면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이 초기 제품을 만들고 자금을 조달해 브랜드를 구축하는 활동을 지원한다. 2017년 인도의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는 약 1,900개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벵갈루루, 델리 수도권, 뭄바이에 위치한다.

2018년 인도는 총 14회의 국제 스타트업 거래소 행사를 개최했다. 이는 인도 스타트업들이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 행사는 한편으로 해외 자본과 기업이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그들의 서비스와 제품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기회에 참여해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협업을 모색하면서 인도 시장 진입을 확대하면 좋겠다.

권기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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