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지주사 인력을 구조조정한다. 사실상 비상경영 선포다. CJ그룹은 지주사 인원을 많게는 절반 가까이 각 계열사에 전진배치해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로써 CJ 지주사 규모는 지난 2013년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속 전으로 회귀한다. 이 회장은 올해 초 CJ제일제당의 미국 냉동식품 회사 ‘쉬완스’ 인수를 끝으로 당분간 인수합병(M&A)은 없다고 천명했다.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CJ그룹은 이르면 다음주 초 지주사 인원의 상당수를 각 계열사로 배치한다. 현재 지주사 전체 인원의 40~50%가 계열사로 복귀하게 된다. 지주사 슬림화로 실무진을 전진배치해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CJ그룹 고위관계자는 “지주사 인원은 주로 계열사를 관리·감독하는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데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감독보다 계열사 ‘플레이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그룹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CJ그룹은 외형 확대에서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으로 선회하고 각 계열사의 M&A 추진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2017년 복귀 이후 공격적인 투자와 M&A로 오는 2020년 매출 100조원(해외매출 비중 70% 이상)을 달성하는 그룹 경영 비전 ‘그레이트 CJ’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경영의 시계가 흐린 비상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보다 내실을 강화해 위기를 견디는 방향으로 경영 기조를 재수립했다.
CJ그룹은 다음주께 실무진 인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말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지만 규모는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데다 푸드빌, CJ E&M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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