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와 대형마트에서 시작된 할인 경쟁이 편의점으로 옮겨붙은 가운데 ‘가격 파괴급’ 초저가 기획상품이 ‘카테고리 킬러’로 거듭나고 있다. 지리적 이점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했던 편의점마저 치열한 ‘할인전’을 펼치자 소비자들이 반응하며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20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가격을 낮추거나 용량을 늘려 가성비를 높인 제품이 각 카테고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초저가 전쟁의 신호탄을 쏜 이마트24에서는 저렴한 PB(자체 브랜드)제품이 NB(제조업체 브랜드) 제품의 위상을 넘볼 정도다. 580원짜리 ‘민생컵라면’이 컵라면 부동의 1위인 ‘육개장’과 판매수량·매출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2개 가격에 3개를 더 담은 ‘2+3 바나나’는 개당 31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 직후 이마트24 과일 카테고리 내 1위에 등극했다. 2+3 바나나는 전체 과일 카테고리 매출도 끌어올렸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인 5~6월 과일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40% 가량 증가한 반면, 출시 후인 8~9월은 전년 대비 60% 넘게 증가하며 전체 과일 매출을 견인했다. 이외에도 ‘700삼각김밥’, ‘1700샌드위치’ 등 이마트24가 선보인 초저가 상품들은 판매수량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24가 쏘아 올린 초저가 전쟁은 CU로 옮겨붙으며 품목까지 확대됐다. CU가 지난 9월부터 판매한 ‘반값 사과(5입, 2,500원)’는 일반 제품 가격의 50%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기존 편의점 과일을 대표하던 1입 과일, 컵과일 등 스테디셀러를 제치고 CU의 과일 판매량 1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현재 과일 카테고리 1위는 초특가 과일 2탄인 ‘반값 바나나(5입, 1,600원)’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중량을 늘리는 전략에 주력한다. GS25에서는 방송인 서장훈의 이미지를 활용해 중량과 길이를 늘린 상품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한 ‘서장훈수퍼롱치즈김밥’ ‘서장훈반숙란3입’ 등 시리즈 4종이 판매 3개월 만에 200만 개를 돌파한 것이다. 특히 ‘유어스207후랑크’는 56만개가 팔리며 소시지 품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가 내놓은 역대급 크기의 편의점 도시락 ‘장군비빔밥(5,000원)’도 해당 카테고리에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군비빔밥은 이름에 걸맞게 각종 야채볶음, 돼지고기볶음, 계란후라이 등 10가지 푸짐한 토핑을 담아 일반 도시락(410g) 보다 1.7배 많은 700g의 중량을 자랑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유통 업태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고객 유인 요소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보기 위해 다양한 가격, 제품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제품으로 편의점은 단순히 비싼 제품만 판매한다는 인식을 개선할 수 있고 편의점 단골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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