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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안보는 불가능…우리 목소리 내면서도 결국 美 택해야"

[위기의 한미동맹]

<6·끝>외교안보 펠로·전문가 진단

동북공정·사드 사태...한중관계는 '불확실의 영역'

美와 동맹 굳건할수록 주변국에 韓 가치 높아져

주변 군사위협 증대...무리한 전작권전환 毒 될수도

동북아 안보지형 급변…국가차원 미래전략 세울때

지난 19일 내년 적용될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가 시작된 지 불과 1시간 반 만에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마치 적대관계인 북미 협상을 연상케 할 만큼 거친 장면이었다. 그만큼 이날 협상 파행은 전례 없이 흔들리는 동맹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한미동맹의 균열이 우려되는 것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북·중·일·러와 인접한 한국의 생존을 위한 이상적인 파트너가 미국이었다는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은 영토적 야욕이 주변국에 비해 덜하고 한국과 군사·경제적으로 긴밀한 연결고리를 유지한 국가다.

◇한미동맹은 생존 필수조건=과거 역사를 돌아봐도 국가 간의 동맹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만큼 많은 영향을 미쳤고, 특히 군사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에 견고한 한미동맹은 필수불가결한 생존의 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영국 같은 국가도 100% 자주국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미국과의 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런 체계 위에서 영국은 국방을 책임지고 있다”며 “전 세계 국가 중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동맹 없이 자력으로 안보를 지킨다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미동맹의 위기를 자초한 원인은 6·25전쟁을 함께한 ‘혈맹’을 ‘비즈니스’ 동맹으로 전락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얄팍한 동맹관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인 1조389억원의 다섯 배에 달하는 47억~50억달러(약 5조~5조8,000억원) 요구는 미국 조야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미국 역시 한국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한 전략적 거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적 관점이 아닌 안보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을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소 통일전략연구센터장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 문제와 방위비 협상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치적인 판단이 아니라 안보 우선으로 가야 한다”며 “안보에 기초를 둔 판단을 내려야지 자꾸 정치적 요인이 개입하면 동맹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도 “미국이 과도하게 하는 것은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된 안보 청구서”라며 “이건 너무 심하다고 할 정도로 동맹을 몰아붙이고 있다.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北 우선정책, 동맹 약화=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관계를 중시한 한국의 중립 외교 노선도 한미동맹의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과거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우선시했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위협보다 북한과 대화하고 평화프로세스라는 대외정책으로 임하다 보니 동맹보다는 북한 문제가 우선시된다. 그것에 따라 한미동맹의 갈등 요인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북미 비핵화 협상을 거치며 한미는 북한의 제재완화 문제를 두고 수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대북정책을 협의하는 ‘한미 워킹그룹’의 출범도 양국의 입장 차에서 비롯됐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자주 목소리를 내면서 평양과 입장을 같이하고 그 와중에 제재 완화를 고의든, 비고의든 시도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번 정권이 끝날 때 한미관계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친북정책 외에도 정부가 미중 패권전쟁의 한복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것도 미국의 실망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이라고는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한 미국의 핵심 전략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것이 결정타였다. 전문가들은 한중관계의 토대가 약하기 때문에 중국이 한미동맹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중국에 잘하면 그들이 한국을 좋게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일동맹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이 굳건해질수록 중국에 대한 우리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미중 균형외교는 자충수=한국이 외교·안보 노선을 미국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안전보장책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6·25전쟁을 함께하며 오랜 세월 쌓아온 ‘혈맹’으로서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상호방위조약·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을 통해 실질적인 연결고리를 구성하고 있는 확실한 동맹이라는 점도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반면에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까지 발전하며 굳건해 보였지만 2000년 마늘 분쟁과 2002년 동북공정, 2012년 이어도 침범,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등을 돌아보면 기초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우 연구위원은 “확실성이 있는 한미동맹, 중국과의 관계는 아직 불확실의 영역”이라며 “어느 것에 기초해서 우리의 미래 전략을 마련하는 게 낫겠냐고 볼 때는 확실성이 있는 한미동맹에 기반해 전략을 마련하는 게 보다 확실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한미동맹의 약화가 한국의 생존과 직결된 안보 위기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는 데 있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낮아질수록 북·중·일·러 등 주변국들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기지 건설비용 등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 것도 맞지만,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인계철선’으로 대표되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국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안보 가치를 창출해준 것도 사실이다. 실제 사상 유례없는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동맹이 분열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와 중국은 연이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하며 우리의 주권을 위협했다. 일본 역시 한일 갈등을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9월 한국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무력 도발까지 시사했다. 일본 방위성은 9월 2019년판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상공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할 가능성을 시사해 파문을 일으켰다.

◇조급한 전작권 전환은 위험=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지지부진하고 중·일·러의 군사적 위협이 여전함에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안보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국가의 책무는 국민을 안전하게 잘 살게 해주는 것이다. 안보를 우리는 전작권을 미국에 줘서 담보했다”며 “전작권을 다시 가져옴으로써 지금까지 한미동맹을 토대로 달성해온 안정된 안보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미군의 역량을 그대로 이어올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에 대한 실전배치에 들어간 정황도 한미공조를 강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북한이 올해 공개한 신형 미사일의 연료가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면서 발사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만큼 현재 한국의 ‘킬체인’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 선제 타격을 위해서는 우수한 군사 정찰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등 신형 미사일 체계를 개발했고 그것에 대한 우리의 충분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미국의 확장억제와 관련 정찰위성 등이 한국에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는 상황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 미래 대전략 필요=지소미아 홍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갈등을 거치며 한미동맹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현재의 혼란은 비단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특수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중국의 도전에 대한 미국의 응전,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과 동북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존재 등 동북아의 역내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한미동맹의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박원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거나 재선에 실패하고 새 대통령이 들어와도 지금처럼 거친 방법은 아니겠지만 큰 그림에서 미국의 동맹 전략은 변할 것 같지 않다”며 “비용과 책임을 동맹국에 나누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미중 간의 갈등도 지금보다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두 가지 문제는 한미동맹 이슈와 연계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우리의 입장에서 동맹에 대한 대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래 대원칙을 세워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우인·방진혁·김인엽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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