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람 중 절반가량이 성병인 매독에도 중복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 순천향의대 감염내과 이은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8∼2016년 국내 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확인된 HIV 감염인 9,393명을 분석한 결과, 48.3%(4,536명)가 매독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이즈 케어’(AIDS care) 최신호에 발표됐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덤’(Treponema pallidum)이라는 병원균 감염으로 발병한다. 초기에는 성기 주변에 염증이나 발진 등이 나타나지만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다양한 피부병변을 일으키거나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HIV 감염인은 체내에 HIV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병원체 보유자나 양성 판정자에서부터 HIV 감염 이후 면역 결핍이 심해져 합병증이 생긴 에이즈 환자를 모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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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대상 HIV 감염인의 경우 감염 진단 이후 약물 순응도가 다양했는데, 이중 약물 순응도가 비교적 좋은 그룹(70%)에서도 매독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기본적으로 HIV 감염과 매독 감염 위험군이 서로 겹치기 때문에 HIV 감염인에서 매독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최근에는 HIV 감염인일지라도 조기에 약물(항레트로바이러스제제)을 잘 복용하면 만성질환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의료계는 분석한다. 특히 HIV가 억제된 상태에서는 성관계를 해도 HIV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본다.
이은영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약물 순응도와 상관없이 HIV 감염인들 사이에서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HIV 감염인들은 HIV가 잘 억제되더라도 추가적인 성매개 감염 예방을 위해 콘돔을 꼭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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