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22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부처 장관에 대해 “무례하다”는 위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요 쟁점 법안이 통과하는 이 자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장관들이 갑자기 발길을 돌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극일’ 행사에 따라가면서다.
국회 산자중기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포항지진특별법과 소상공인기본법·벤처투자촉진법·소재부품장비육성특별법 등을 통과시켰다. 이날 가결된 법안들은 오는 27일 법제사법위원회 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할 길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산자중기위 위원들로부터 쓴소리가 나왔다. 포항지진특별법은 지난 2017년 11월 포항지진이 발생한 뒤 피해를 본 주민들을 지원하기 올해 발의된 법이다. 관련 법이 통과돼야 이들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 간에 지진의 원인이 자연재해냐, 인재냐를 두고 다툼이 있었고 이재민들을 지원하는 사업도 ‘보상’이냐 ‘지원’이냐를 두고 이견이 계속되다 올해 4월에야 법안이 발의됐다. 결국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 이날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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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진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할 소상공인기본법과 일본을 넘어서 세계 최고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도 정부가 통과를 호소하던 법안이다. 이 때문에 장관들은 이날 상임위에서 관련 법들의 취지를 설명하고 산자중기위는 이를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런데 국회에 회의 불참을 알렸다. 문 대통령이 ‘극일’을 강조하기 위해 충남 천안 MEMC코리아의 실리콘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행사에 따라간 것이다. 야당 소속 산자중기위원들 사이에서는 장관들이 법안 통과를 호소하면서도 실제로는 대통령 행사에 따라가는 ‘자기 정치’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장관들은 정부 입장을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이종구 산자중기위원장까지 나서 “행사 참석보다 (국가를 위한) 법 통과를 호소하는 게 먼저 아니냐”며 “법이 통과하는 중요한 순간에 장관 두 명이 사진을 찍기 위해 행사에 간 것은 청와대가 국회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외국인투자와 소재부품장비를 육성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행사참석이 불가피 했다”며 “국회에는 수 차례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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