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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자영업자 눈물 외면한 文대통령 '소주성' 찬양

■통계청 '3·4분기 가계동향조사'

자영업 소득 최대폭 감소, 1분위 근로소득은 7분기째 내리막

세금·보험료 등 非소비지출은 소득의 23%…역대 최대치 경신

‘文케어’ ‘재정투입 일자리’ 등 소주성 역풍이 초래한 청구서





서울 종로의 한 상점에 상품 세일과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의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소주성’을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단체 초청 간담회 이후 약 8개월 만이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경제·노동 정책에 쏟아지는 거센 비판을 의식한 듯 정책 차제의 궤도 수정은 않더라도 ‘소주성’이라는 용어는 최대한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문 대통령이 이 용어를 다시 입에 올리며 정책 성과에 크게 고무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21일은 통계청이 ‘2019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를 발표한 날이었습니다. 모두의 관심은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하는 1분위 소득, 그리고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에 집중됐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조사 결과에는 긍정적인 지표가 꽤 많았습니다. 우선 올 3·4분기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5분위 전체 가구의 소득 역시 2.7% 상승했죠.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5.37배로 3·4분기만 놓고 보면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고요.

자영업황 악화에 ‘1분위’로 대거 추락

하지만 이들 수치만 놓고 ‘소주성 정책효과’ 운운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적지 않게 발견됐습니다. 우선 직장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근로소득’이 아닌 개인 사업이나 자영업 등을 통한 ‘사업소득’을 살펴볼까요. 3·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87만9,800원으로 1년 전보다 4.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은 물론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었습니다.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4.9% 감소했으나 1분위와 2분위 사업소득은 오히려 각각 11.3%, 15.7% 증가했는데 이는 기존에 2분위나 3분위에 속해 있던 가구가 자영업황이 나빠지면서 1·2분위로 밀려 내려갔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소득 분위별 근로자 가구 및 근로자 외 가구 분포 비중’을 보면 지난해 3·4분기에는 1분위의 근로자 외 가구가 68.4%였으나 올해 3·4분기에는 71.9%로 올라갔습니다. 같은 기간 2분위의 근로자 외 가구도 41.5%에서 43.3%로 상승했고요. 근로자 외 가구는 자영업자와 무직자 가구를 포괄하는 개념인데 이러한 ‘가구 이전’ 현상에 따라 1·2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증가했으나 3·4·5분위는 각각 -0.8%, -10.0%, -12.6%나 쪼그라들었습니다.





전체 소득 ‘4분의 1’ 非소비지출…역대 최대

더 심각한 건 세금과 대출 이자, 각종 사회 보험료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부분입니다. 비소비지출은 말 그대로 소비 활동과 무관하게 지갑에서 빠져 나가는 돈을 뜻합니다. 3·4분기 비소비지출은 작년보다 6.9% 많은 113만8,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항목별로는 경상조세가 28만4,600원으로 지난해보다 12.7% 증가했고 사회보험과 연금 납부액도 각각 7.5%·5.9% 늘어난 16만6,500원·16만1,400원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이 487만7,000원임을 고려하면 소득의 23.3%가 소비 활동과 무관한 분야로 빠져나가는 셈입니다. 이러한 비소비지출 금액과 비중은 3·4분기뿐 아니라 전체를 통틀어도 역대 최대치입니다. ‘文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재정 투입 일자리 사업 등 정부의 ‘세금주도 성장’에 따른 일종의 비용 청구서가 국민들에게 날아오고 있는 셈입니다.



1인 가구 포함 땐 1분위 근로소득 13.2% ↓

앞서 언급한 대로 3·4분기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보다 4.3% 늘었습니다. 기초연금과 근로장려세제(EITC), 아동수당과 실업급여 등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 이전소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단기 일자리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최하위 계층의 ‘근로소득’ 감소세는 여전했습니다. 올 3·4분기에 1분위 근로소득은 44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5% 줄었는데 1~5분위 전체 가구 가운데 근로소득 증감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분위가 유일했습니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가계동향조사는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다음 주 공개되는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을 통해 1인 가구까지 포함할 경우 1분위 근로소득은 13.2%나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고요.

이쯤 되면 정부의 ‘소주성’ 정책이 곳곳에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보고 싶은 통계’만 들추며 소주성을 찬양한다면 우리 경제의 오늘과 앞날에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요. 최근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한 번 곱씹어 봤으면 합니다. “탁상에서 만들어진 정책은 현장에서 시행착오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수정 보완하는 것은 당연히 있어야 할 과정입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고백할 줄 아는 지도자가 정말 용기 있는 지도자입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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