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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지상파, 유튜브 잡으려 유튜브 손잡다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공생' 확대

MBC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유산슬의 온라인 생중계. /사진 =‘놀면 뭐하니?’ 유튜브 캡처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은 MBC ‘놀면 뭐하니?’는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동명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유튜브 영상은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채널 개설 한 달 만에 구독자 수는 30만 명에 육박했다. 당시 김 PD는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을 시작했으니 유튜브는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보여드릴지 제작해나가면서 고민해볼 생각”이라며 지속적인 유튜브 활용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후 ‘놀면 뭐하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미공개 방송분 공개 등 유튜브에 특화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해왔다. 특히 최근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한 도전기를 담은 ‘뽕포유’ 프로젝트에서는 높아진 젊은 층의 관심을 바탕으로 유튜브를 더욱 적극 활용하고 있다. ‘TV 선공개’ ‘유튜브 온리’ 등 캡션을 달고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유산슬의 노래를 공개하거나 유산슬이 실시간 방송인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기도 했다.

젊은층 TV이탈에 고민 커지는 방송사



‘놀면 뭐하니’의 시도는 TV를 떠나 유튜브로 넘어간 1020세대가 많아지면서 고민이 커진 지상파 방송이 내놓은 자구책 중 하나다. 최근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후 7시 이후 가장 많이 시청하는 미디어 매체는 ‘유튜브’였다. 응답자의 56.7%가 유튜브를 시청한다고 답한 반면 지상파 방송은 18.8%, 케이블 방송은 9.0%에 머물렀다. 유튜브에서 주로 시청하는 장르로는 ‘엔터테인먼트’(20.8%)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TV예능 프로그램이 커다란 위협에 직면하면서 김 PD도 유튜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KBS2TV 예능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사진제공=KBS


디지털제작사 딩코 스튜디오가 제작한 MBC 예능 ‘주x말의 영화(침착한 주말2)’./사진제공=MBC


온라인플랫폼의 영향력이 높아지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송사들의 전략도 갈수록 다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제작사에 방송 제작을 위임하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유행한 소재가 기획안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용 영상을 별도로 제작하기도 한다. 방송사와 온라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용 콘텐츠 만들어 관심 끌기



MBC는 지난달 웹툰 작가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이말년과 주호민을 섭외해 ‘주x말의 영화(침착한 주말2)’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전신 프로그램인 ‘침착한 주말’의 제작을 MBC 자회사인 ‘MBC C&I’가 맡았었다면, 이번에는 디지털 제작사 딩고 프리스타일에 영상제작과 편집을 맡기고 MBC가 투자하는 방식을 취했다. 온라인 문법을 오롯이 도입하기 위해 사실상 편집권한을 디지털 제작사에 위임한 셈이다.

유튜브 등 온라인플랫폼에 업로드할 콘텐츠를 추가 제작하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2일 종영한 tvN 예능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경우 TV에 편성된 방영시간은 5분 내외에 불과했다. 본편은 유튜브 채널인 ‘채널 십오야’에 20분 내외의 영상으로 올라왔다. 지난 26일 방영을 시작한 KBS 2TV 예능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도 유튜브에 맞춘 별도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맡은 조현아 CP는 “본방송 사수도 추천하지만, 유튜브 영상을 개인 태블릿 혹은 모바일로 이어폰 꽂고 보면 좋을 거 같다. 오디오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가 새로움에 대해 고민하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KBS 2TV가 오는 30일 새롭게 선보일 예능 ‘씨름의 희열’이 대표적이다. 최재형 CP는 “8월 초 유튜브 등에서 씨름선수들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됐다”며 “7월 회의 안건으로 씨름을 올리고 기획하던 단계에서는 모험적이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며 다행스럽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유튜브 구독자 99만명을 보유한 EBS 캐릭터 ‘펭수’/사진제공=EBS


소재·표현수위 아슬아슬 줄타기 한계도



방송사들이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가하지만, 온라인 문법을 어디까지 차용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방송사가 고민하는 지점이다. 심의 및 규제가 덜한 온라인에서 활용되는 용어나 소재를 방송사에서 그대로 활용하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분리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소재를 방송에 녹이려다 실패한 사례는 많다. 지난 9월 SBS ‘런닝맨’은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자막을 송출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다. MBC도 지난 6월 ‘마이 리틀 텔레비전2’에서 외국인 방송인 샘 오취리가 등장하는 장면에 ‘트랜스대한가나인’이란 자막을 내보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오려다 보니 무분별하게 인터넷 문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규제장치가 없는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자극적인 표현과 소재를 방송의 수준에 걸맞게 정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안방극장을 떠난 젊은 세대를 다시 TV 앞으로 끌어 모으는 데는 온라인을 대체할 만한 공간은 없다. ‘핵인싸’ ‘혼종’ ‘헬조선’ 등 온라인 문법을 사용해 높은 인기를 끌며 지난 9월 시즌2를 시작한 XtvN ‘최신유행프로그램’의 오원택 PD는 “20·30 세대가 주로 의견을 표출하는 곳이 온라인”이라며 “타깃 시청자들의 의견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스타 ‘펭수’ 유튜브까지 점령



지난 19일 방영을 시작한 KBS 2TV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은 20·30대에게 필요한 경제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기훈석 PD는 유튜브 ‘워크맨’으로 전성기를 연 장성규 아나운서에게 지상파 최초로 MC를 맡겼다. 온라인 상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인기를 누리는 장성규지만, 지상파에서는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고안할 수밖에 없다. 기 PD는 “인터넷 상에서는 ‘닥쳐’라는 자막으로 웃음을 유발할 수 있지만, 정규 방송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닭이 지나가는 이모티콘 등으로 대체하는 등 비결이 쌓였다”면서 “심의만 통과된다면 지상파 방송에서도 워크맨 스타일의 예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BS가 낳은 스타 ‘펭수’의 성공사례는 온라인과 상생을 이어가야 하는 방송사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초창기 어린이 예능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부속 코너로 시작한 펭수는 현재 유튜브 ‘자이언트 펭TV’로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다. 지상파와 종편까지 방송가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소재 활용을 자제하면서도 성인들이 공감할만한 포인트를 찾아낸 덕분이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펭수 성공에 대해 “인터넷 상의 유행어 사용을 자제하면서도 온라인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지상파와 온라인의 새로운 소통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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