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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직불제 예산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경고

소농 기준·단가 따라 최대 10배差

"중장기 비용 고려해 제도 설계해야"

쌀격리제 놓고도 WTO 협정 위반 우려

시장 자율조정 기능 외면한 정부 지원

4차 산업혁명시대 걸맞는 농정 해야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위한 예산안 심사가 국회에서 한창입니다. 이미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정부가 공익형 직불제 도입에 필요하다고 요구한 2조2,000억원 규모 예산안이 3조원으로 증액됐습니다. 농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것인데요, 최종 심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몫이지만 정부안(案) 보다는 증액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예결위에서 (증액된 예산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공익형 직불제의 기본 틀인 소농(小農) 기준과 지급 단가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소요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중장기적으로 직불제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경고한 겁니다.

<자료 : 국회예정처>


우선, 공익형 직불제는 대농 중심의 쌀 농가에 지원금이 쏠리는 기존 직불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하의 소규모 농가에는 경영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기준을 넘어서면 규모가 클수록 지급 단가를 낮추는 식으로 역진적으로 지급하는 게 공익형 직불제의 기본 골격입니다. 시장 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일정 비율만큼 정부가 보전을 해주는 쌀 변동 직불제는 공익형 직불제에 통합, 폐지됩니다.

예정처가 25일 ‘공익형 직불제 개편의 주요 쟁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소농 직불금 소요 비용을 추계한 결과 적게는 1,943억원, 많게는 1조2,230억원까지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지급구간 및 단가 변동에 따라 중장기 소요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경남 하동군 금남면 대치리 벼 농가/사진제공=하동군


예정처가 이처럼 보다 정밀한 제도 설계를 주문한 것은 소농의 기준을 어떻게 잡고, 지급 단가를 얼마로 하는지에 따라 소요예산이 10배가량 크게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지급 단가를 100만원, 소농 기준을 경지 규모 0.2ha 미만으로 했을 경우의 소요비용은 1,943억원에 그칩니다. 하지만 단가를 150만원, 기준 경지 규모를 1.5ha로 할 경우 소요 예산은 1조2,230억원까지 10배 가까이 불어납니다. 예정처는 “지급 구간과 단가 변동에 따라 중장기 소요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예정처가 지적한 것은 이 뿐이 아닙니다. 공익형 직불제 개편으로 쌀 변동직불제가 없어지는 데 따른 농가 불안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쌀 자동시장격리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쌀 수요량을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 수확기에 시장에서 격리해 가격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이슈가 된 감축대상 보조금(AMS)과 연결됩니다. 감축대상 보조금은 말 그대로 WTO 협정 상 ‘줄여 나가야 하는 보조금’을 의미합니다. 자유무역 협정 하에서는 정부의 보조금이 시장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는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지난 9월 열린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시장격리를 통한 가격 지지가 감축대상 보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예정처도 “시장격리 정책이 WTO 협정상 감축대상보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감안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부는 “쌀 시장격리는 쌀 가격 등 여러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이재욱 농식품부 차관)는 입장이지만, 농해수위 위원들 사이에서는 공익형 직불제 하에서는 쌀값 하락을 반등시킬 안전장치가 없다며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 전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여야(시장격리)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진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정부와 정치권이 농민단체의 강력한 지원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팜 경쟁이 한창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단순히 수요를 넘는 공급량을 정부가 사주는 식의 1차원적 지원이 과연 지속가능하고 발전적인지는 의문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공급량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아 보입니다. 언제까지 ‘식량 주권’ 논리로 시장원리를 거스르기만 할 지 답답합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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