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의 취약성과 사람들의 관심으로 광고를 진행하는 비즈니스 모델, 무료를 향한 집착, 고객 데이터의 종적 관계, 인공지능(AI)을 위한 빅데이터 수집. 구글이 이런 목표를 가지고 운영하는 한 앞으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버린 구글이 머지않은 미래에 더 이상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래학자 조지 길더는 신간 ‘구글의 종말’에서 “중앙 집중화된 인터넷으로 만들어진 구글의 시대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서,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구글이 구축한 인터넷 체계의 약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기술로 부상하면서 탈(脫) 중앙화 시대를 열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의 비영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길더는 1994년 발표한 ‘텔레비전 이후의 삶’을 통해 TV의 시대가 끝나고 네트워크 컴퓨터의 시대가 시작될 것임을 예견한 바 있다. 실제로 몇 년 후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그가 내다본 네트워크 컴퓨터 세상은 많은 부분 현실화됐다. 하지만 몇 가지 빗나간 예측도 있다. 컴퓨터 세상에서는 원하지 않는 광고를 보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문에서 시작해 라디오, TV, 블로그와 스트리밍으로 옮겨갔던 광고 체계는 인터넷상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현재 구글에는 사용자들이 원하지 않는 온갖 광고들은 물론 악성 소프트웨어까지 넘쳐난다. 사용자들은 구글에 직접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광고에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은 기업가 정신을 해치고 인터넷을 ‘광고의 쓰레기섬’으로 만들어버렸다.
저자는 이러한 공짜광고, 보안의 취약성이 구글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봤다. 공짜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기업이 보안 관련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다른 유료 사이트들과 달리 경고 문구를 안내하기만 하면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상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저자는 공짜 서비스로 시작된 보안에 대한 관심 부족이 장차 구글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의 과거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설파한다.
실제 구글은 애플이 2015년 아이폰에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아이폰은 구글의 전체 모바일 광고 수입 중 75%를 차지하기 때문에 애플의 조치는 구글의 모바일 전략에 치명타를 가했다. 광고 차단 서비스 도입 이후 1년 만에 광고 차단율은 102% 증가했으며,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의 16%가 이 서비스를 사용한다. 하고 있다. 구글의 유료 광고나 중개서비스는 아마존이나 경쟁업체보다 신뢰 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취약한 보안성은 모든 기업에 가장 보편적이고 두드러진 위협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시스템 출현을 앞당기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저자는 구글 이후의 새로운 시스템, 일명 ‘크립토코즘’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립토코즘은 암호라는 뜻의 ‘crypto’와 우주라는 의미의 ‘cosm’의 합성어다. 다가올 미래는 보안이 기본이 되는, 암호를 통해 분권화된 세상이다. 보안을 구조상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설정한 블록체인이 가상화폐 경제의 새 시대를 열어 컴퓨터의 권력과 상업 활동을 분산하고 경제와 인터넷을 바꿔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책은 크립토코즘의 10가지 원칙을 통해 우리의 정보가 정부기관이나 구글 등 기업의 지배에서 벗어나 개인에게 속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개인의 정체성, 기기 및 재산권의 안전을 의미하는 ’보안 우선주의‘와 자본주의에서 대가가 없으면 기업은 고객을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된다는 의미의 ‘공짜는 없다’, 해킹은 어렵지만 신원 확인은 간편한 비대칭 암호들이 사람들에게 권력을 부여한다는 ‘비대칭 법칙’ 등이다. 이는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나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낫다’와 같은 구글의 철학 10계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크립토코즘은…암호화폐들이 유통될 수 있게 함으로써 모든 걸 종합하고 광고하는 구글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이는 계층구조의 권력 집중을 막을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고, 그 비용 역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저자의 자신에 찬 예언이 현실화할 지 주목된다. 2만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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