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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시속 33.4㎞...고비마다 번쩍이는 '손샤인 볼트'

[70m 폭풍질주...손흥민 EPL번리전서 '원더골']

수비 6명 제치고 시즌 10호 인생골

작년 첼시전서 입지 불안 씻어냈듯

'윙백 소모논란' 스스로 해결책 제시

평점 9.3점 손 "수비 가담 당연"

모리뉴 "손흥민은 손나우두" 극찬

ESPN, 마라도나·메시와 비교도

토트넘 손흥민이 8일 EPL 번리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EPL 6경기에서 3골 5도움을 몰아쳐 20경기 만에 시즌 전체 10골 고지를 밟았다. /런던=AP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이 8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번리전에서 후방부터 단독 드리블해 골을 넣은 뒤 활짝 웃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왼쪽)의 오른발 마무리. 번리 선수 6명이 차례로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런던=AFP연합뉴스


8일(이하 한국시간) 번리전 전반에 손흥민은 최고 시속 33.41㎞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70m 단독 드리블 뒤 넣은 원더골 과정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데, 100m로 환산하면 10초77이다. 순간 최고 속도이기는 해도 그냥 뛴 게 아니라 공을 가지고 드리블하면서 이 속도로 뛴 것이다. 손흥민은 1년여 전인 지난해 11월 말에는 50m 드리블에 이은 득점으로 첼시를 무너뜨렸다. 당시 경기 최고 시속은 33.5㎞였다.

이쯤 되면 ‘손샤인 볼트(손흥민 별명 손샤인+육상전설 우사인 볼트)’라는 새 별명을 붙여야 할 것 같다. 고비마다 폭풍 질주를 앞세워 인생 최고의 골을 경신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치른 2019~2020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홈경기 번리전에서 2대0이던 전반 32분 비디오게임에나 나올 만한 짜릿한 득점에 성공했다. 수비 진영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역습을 시작한 손흥민은 수비진을 달고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왼쪽의 델리 알리나 오른쪽의 루카스 모라에게 패스할 수도 있었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는 편을 택했다. 망설임 없이 치고 들어가 정면으로 다가서는 수비수를 잇따라 제치더니 골키퍼에 맞서 경쾌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70여m를 달리는 동안 손흥민을 막으려다 실패한 번리 선수는 무려 6명. 골키퍼까지 7명을 무력화시킨 원더골에 1986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 출신의 해설자 게리 리네커(잉글랜드)는 시즌이 한참 더 남았는데도 “올 시즌 최고의 골”이라고 못 박았다. ESPN은 “손흥민의 걸작은 ‘역대급’”이라며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디에고 마라도나, 바르셀로나에서의 리오넬 메시·호나우두가 남긴 전설적인 골들과 비교했다.

손흥민은 조제 모리뉴 감독 부임 후 윙포워드가 아닌 윙백처럼 뛰면서 공격만큼 측면 수비에 집중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에 일부 국내 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양발 골잡이를 수비수로 쓴다며 “이적만이 답”이라는 의견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새 감독 앞에서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위기 아닌 위기에 스스로 방법을 제시했다. 모리뉴 체제의 첫 경기였던 지난달 23일 웨스트햄전 골 이후 4경기 만의 득점이다.



모리뉴는 경기 후 “내 아들은 원래부터 손흥민을 ‘손나우두’라고 불러왔다. 오늘의 손흥민은 정말 손나우두였다” 라며 브라질의 전설적 골잡이 호나우두를 빌려와 극찬했다. 이어 “손흥민은 무엇이든 배우려 하고 겸손하다. 어제 그의 부모를 만났는데 그런 성품을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 알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1년 전에도 비슷한 득점으로 위기를 걷어찬 적이 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에서의 강행군에 리그 첫 골이 늦어지던 시기였다. 한 경기에서는 교체 투입됐다가 다시 교체되는 수모를 겪어 입지 불안에 대한 우려마저 흘러나왔다. 손흥민은 그러나 오른쪽 측면에서의 50m 단독 드리블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리그 첫 득점에 성공했다. 상대가 무패 행진 중이던 강호 첼시였기에 더 빛났던 이 득점은 EPL 이달의 골로도 선정됐다. 그때도 번리전과 마찬가지로 3대0을 만드는 골로 홈팬들을 흥분시켰다. 골 감각을 되찾은 손흥민은 12월의 선수 후보에 오를 정도로 거침없는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 후 손흥민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칭찬하는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오른쪽). /런던=로이터연합뉴스


1년 전 첼시전 원더골이 토트넘 입단 후 50번째 득점이었다면 번리전 원더골은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하는 작품이었다. 앞서 전반 4분 만에 원터치 패스로 해리 케인의 중거리 선제골도 어시스트한 손흥민의 리그 기록은 5골 7도움이 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골 2도움을 더한 시즌 기록은 10골 9도움이다. 리그 도움 2위에서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를 2개 차로 쫓고 있다.

토트넘은 케인의 멀티골 등으로 5대0으로 이겨 지난 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1대2 패배의 아쉬움을 씻었다. 취임 후 5경기째에 처음으로 무실점 경기를 지휘한 모리뉴는 오는 12일 챔스 바이에른 뮌헨전에는 주전 일부에게 휴식을 줄 예정이다.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해놓았기 때문이다. 88분에 교체된 본머스전을 빼고는 모리뉴 체제에서 전 경기 풀타임을 뛴 손흥민도 모처럼 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9.3을 받은 손흥민은 “운 좋게도 공을 치는 대로 공간이 생겼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동료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모리뉴의 수비 지시에 대해서는 “우리가 볼을 소유하지 않을 때는 스트라이커부터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팀을 위해서 수비는 당연히 해야 하며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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