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노총 의료노련 주최로 열린 ‘간호사 교대근무 실태조사 현황과 대안’ 토론회에서 전국 간호사 518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23.7%가 교대근무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답했고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져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은 47.2%로 절반에 육박했다.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상 해로움(14.5%), 병가 및 휴가 사용의 어려움(13.7%) 등을 지적한 응답도 있었다.
병원에서 실시 중인 근무교대 형태로는 조사에 응한 간호사 중 절대다수인 93.5%가 ‘주간-저녁-야간’ 3교대를 운영 중이라고 답했다. 3조 형태로 3교대를 운영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휴게시간을 충분히 주면 가동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소화기ㆍ뇌혈관계질환 등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불임, 유산 등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된다. 조사에서 간호사들은 적정한 근무교대 형태로 ‘3조3교대+야간전담제’(23.4%), ‘4조3교대+야간전담제’(22.2%)를 가장 많이 꼽아, 3교대에 야간전담제를 더한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노련은 “실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3교대제 이외에 다양하고 자기 선택 가능한 근무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병원의 특성상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와 야간근무도 많았다. 조사에 응한 간호사들의 일평균 근무시간은 9.1시간이었으며 8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비율이 75.7%에 달했다. 김 교수는 “인수인계, 응급상황, 약품준비 등에 따른 연장근무 관행이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야간근무도 흔해, 응답자의 49.2%가 한 달에 6~7회 야간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적정한 월평균 야간근무 횟수로는 4회 이하가 50.5%로 가장 많아, 적정 수준을 넘는 야간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 속에 간호사를 찾는 곳은 늘고 있지만 이 같은 근로조건 악화로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조사 결과 이직 경험이 한 번 이상 있는 간호사가 23.7%를 차지했다. 이직 의도가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이직 의사가 있는 이유로는 근로조건(29.8%), 교대근무(27.3%)가 많이 꼽혔다.
김 교수는 “적정한 간호 인력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낮시간 인력을 늘려 업무를 집중시키고 밤시간 업무를 최소화하는 정책적 개선과 인수인계 시간 등 무료노동에 대한 보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의사 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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