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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는 되고 BTS는 안 된다? 병역특례에 불붙은 논쟁 [부스의 참견]







빌보드에서 3년 연속 ‘소셜 아티스트’ 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탑그룹(Top group)’상을 거머쥐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전세계에서 찬사가 쏟아지고, 유명 팝스타와 마치 동네친구처럼 콜라보하는 등 한국에서 다시 나올까 말까한 화려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들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바로 지난 11월 22일 정부가 “BTS는 병역특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것인데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 입대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BTS에게만큼은 “예외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체육이나 음악처럼 대중문화예술인도 병역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터라 국방부의 이 같은 결정은 일부 팬 및 대중문화예술계에 비보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부스의 참견’팀은 ‘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 문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좀 더 상세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BTS의 군 입대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하는 록그룹 ‘더크로스’의 메인 보컬 김혁건 씨와 “모두 군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국민대 정치대학원 및 예비역 대령 박휘락 교수를 모시고 팽팽하게 엇갈리는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Q1. 스포츠 스타는 되고 BTS는 안 된다?

현재 병역법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병역특례 조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법으로 미리 정해둔 스포츠 분야 국제대회 메달을 따거나 음악의 경우 정해진 국내외 콩쿠르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해야 합니다. 하지만 법으로 미리 정해둔 여러 기준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거둬들인 실적과 비교해 사뭇 납득이 가지 않는 기준도 많습니다. 일례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나 전국신인무용경영대회, 온나라국악경연대회 등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국내예술경연대회 수상자들이 현재 군 입대를 면제받고 있죠. 때문에 현행 기준은 “특례가 아닌 특례”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혁건 씨는 “스포츠에는 박찬호 선수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입상을 하거나 올림픽 등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의 실적에 대해 병역 특혜가 있고 클래식 경연대회 수상자들도 혜택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가수 등 대중문화예술인들이 그만큼 국위선양을 해도 특례를 받지 못한다”고 아쉬운 감정을 털어놨습니다. 박휘락 교수 역시 클래식 음악가들과 대중음악가들에 차이를 두고 있는 현 특례 기준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그는 특례를 넓힐 것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더 신성시해서 모두가 군에 가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군에 가는 건 누구에게나 희생인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냐는 식으로 구분 짓는 것은 좋지 않다”며 “이런 차원에서 보면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국민에게 좀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들이 병역 면제를 탐닉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험한 지역에서 군복무를 수행하는, 그런 문화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훌륭한 성과를 거둔 체육인·예술인에게 국가가 주는 선물로서 병역 특례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재능이 만개한 체육·예술인들이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도록 하기 위해서 특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씨는 “과거에는 연예사병이나 문선대(文煽隊·군사 조직에서 노래, 영상 등의 문화 활동을 담당하는 비전투 부대)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폐지된 상황만큼 대중예술인들이 병역 특례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한류스타들이 더 활동할 수 있는 무언가의 개선 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체육·예술인들이 병역 특례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동안 자신이 갈고닦은 기량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가 큽니다.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될 경우 4주 간의 기초 군사교육을 포함해 34개월간 자신의 경력과 관련된 활동을 이어가야 합니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경우 “병역 특례를 위해 우승 밖에 관심이 없었다”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한창 활동할 20대에 군 복무에 대한 부담 없이 피아노에만 매진하고 싶다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는 의견이 나왔죠.



Q2. ‘병역특례’ 제도의 유무를 고민해야 한다면

사실 병역자원의 수급을 책임지는 병무청 입장에선 체육·예술 요원들의 병역특례 문제는 후순위입니다. 당장 1년에 수만 명이 넘는 전환복무·대체복무 등 기타 다양한 병역특례 제도부터 손보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인데요. 한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의 큰 틀에서는 병역특례의 단계적 축소·폐지가 원칙”이라며 “아마 체육·예술요원들의 특례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박 교수의 생각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는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장르를 포함해 병역특례 제도의 존립 자체에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죠.



박 교수는 “병역 특례 등의 시스템은 과거 인구가 많고 가용병력 자원이 굉장히 많았을 때 ‘나라에 기여하는 사람에게는 면제해주자’는 분위기 속에서 생긴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줄어들고 사회 여러 분야가 크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병역 특례제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병력이라는 것은 선별적으로 뽑는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이행하는 국민 모두의 기본적인 의무”라며 “거기에는 차별이 없어야 하며 영향력이 많은 인사일수록 솔선수범해서 복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클래식 연주가와 대중음악가에 차별을 두는 등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물론 동반돼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박 교수는 “음악인 중 병역 특례를 어느 정도 선발해야 한다면 클래식 음악가과 대중음악가의 비중을 어떻게 둘 것인지를 서로 합의하고 대상인을 추천해서 군이 수용하는 방안으로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정성이 그리 신뢰하지 않을만한 수준인데다 단체들 간의 의견 불일치 등이 우려되는 지점에서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Q3. 어디까지가 ‘국위선양’? 애매한 특례기준도 문제

만일 대중문화예술인에게 군 복무를 면제해주자는 특례가 생긴다 하더라도 기준을 세우는 일은 어렵습니다. 클래식과 체육계는 국제 대회가 있어 입상자에게 특례를 주곤 했지만 대중음악계는 그런 유사한 국제 대회가 없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해도 단지 개인 ‘업적’에 불과해 국위선양 기준에 포함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토론자들 역시 다양한 생각을 나눠보지만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박 교수는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할 수 없고 노래가 좋다 나쁘다는 맥락에서 기준을 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책임 있는 위원회 등에 위임을 해서 그 위원회가 음악성부터 장래성까지 종합적이고 다양한 요소를 판단해 나름 서열을 매기는 식으로 대상자를 선정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 씨는 “과거 문선대에서도 ‘뽑아주는 사람 마음’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연예인을 이런 식으로 뽑으면 더 큰 소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김혁권 씨는 “‘한류스타’에게 혜택과 기회를 준다는 방향으로 생각할 경우 빌보드 1위 수상 등의 실적보다는 벌어들인 외화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박 교수는 “국내에서 국민 취향에 맞게 부르는 사람을 공이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방탄소년단도 국방부 장관 등 나름대로 논의해서 특별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다음에 누구를 해줘야 하는지 기준을 맞추는 게 어렵고 심사 전 멤버를 10명으로 늘리는 등 악용 소지도 많다”고 반박했습니다.



누구에게나 하루가 황금처럼 소중하고 창창한 시절인 20대. 그렇기 때문에 만일 특정 종사자에게만 혜택을 줘야 한다면 박 교수 말대로 아예 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장 ‘전면 폐지’가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혜택받지 못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의 형평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될 것 같은데요. 병역특례 원칙에는 해당 되지 않지만 명분과 실리가 너무나도 큰 제2, 제3의 방탄이 언제 또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정수현기자, 구현모 조성준 인턴기자 value@sedaily.com

[편집자주] 서울경제신문 디지털미디어센터가 만드는 뉴스 ‘부스의 참견’은 우리 사회 주변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여러 사회 갈등과 이슈들에 대해 당사자 혹은 전문가들이 직접 출연해 숨겨 왔던 속내를 나눠보는 코너입니다. 온라인 게시판이나 뉴스 댓글로만 겨우 풀어냈던 갑갑한 속마음을 육성으로 풀어볼 수 있게 대신 ‘참견’해 드리죠. 사소한 갈등부터 복잡한 사회 이슈까지, 대놓고 말하지 못해 불만만 쌓였던 이야기들을 부스 속에서만은 속 시원하게 털어놓길 바라보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에는 너무 복잡해 보이던 문제도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도 만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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