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의 공을 넘겨받은 은행권은 “내부 검토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난 사안을 배상하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고,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추가로 약 150개 기업에 2,000억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여 부정적 기류도 읽힌다. 다만 일부 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임직원 징계 문제가 걸려 있어 금감원 결정을 따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3일 분쟁조정대상 6개 은행은 “내부 및 법률검토를 거쳐 절차에 따라 권고안 수락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편치 않다. 금감원은 “은행 경영진이 은행의 공공적 성격, 평판 리스크, 소비자보호, 감독 당국 권고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은행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 하에 배상액을 지급하면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여러 로펌의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하지만 한 은행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자문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분쟁조정신청 4개 기업에 255억원을 물어주면 이후 약 150개 기업에 추가로 2,000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문제도 따라온다. 실제 DLF 사태 때 분조위가 열리기도 전에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은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일부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무적 관점에서 은행들이 권고안을 따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DLF 판매 건으로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임직원은 제재 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어 금감원과 각을 세우기 어렵다. 신한 역시 최근 금감원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해 원론적 입장만 밝혀 도의적 차원에서 금감원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은행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여론에 밀려 권고안을 따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태규·송종호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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