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초동 야단법석] 송병기 업무일지, 정권 뇌관으로…대통령 친구 ‘시장 만들기’ 정황은

'첩보 제보자' 송병기 사무실서 발견된 업무일지로

'하명수사' 의혹이 삽시간에 '선거 불법지원'으로 확대

경선 경쟁자 제거, 선거 공약 조율 의혹 일파만파

조만간 청와대 참모진 검찰 줄소환 본격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울산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송철호 울산시장이 11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년 국가예산 확보 관련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 30년 지기인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 만들려 청와대 참모진이 야당 시장 수사, 당내 경쟁자 제거, 선거 공약 조율했다?’

정권의 뇌관으로 떠오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압축한 문장이다. 지난달 26일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하명수사 의혹’ 사건은 한달여도 채 되지 않아 ‘선거 불법지원’ 수사로 확대됐다.

의혹의 중심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일지가 있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울산 경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수사에 착수한 계기가 된 청와대 첩보의 제보자로 밝혀진 인물이다. 전 울산시 공무원인 그는 제보 당시엔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캠프에서 활동했고, 송 시장이 당선된 뒤엔 경제부시장으로 임명됐다. 송 부시장이 첩보 제보자로 드러나자 검찰은 지난 6일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때 업무일지가 발견된 것이다.

검찰은 최근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불러 업무일지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은 검찰 조사에서 송 시장 측이 청와대와 경선 경쟁자들 제거, 선거 공약 조율을 논의한 듯한 메모를 봤다고 주장한다.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19일 오후 울산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①경선 경쟁자 제거 나섰나

먼저 경선 경쟁자와 관련된 메모는 다음과 같다. 2017년10월13일자 ‘A(동서발전), 임동호(자리 요구)‘. 이 두 사람은 울산시장 자리에 대한 민주당 내 경쟁자로 여겨지던 심규명 변호사와 임 전 최고위원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이틀 전 송 부시장과 송 시장 등은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두 사람의 경선 포기를 회유하기 위한 청와대와의 논의 과정에서 적힌 메모일 가능성이 있다.

또 업무일지에는 2017년 11월경 ‘중앙당과 BH(청와대), 임동호 제거, 송 장관(송철호) 체제로 정리’라는 메모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송 시장의 경쟁자를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을 함께 상의했거나 귀띔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무일지에는 ‘문 대통령이 임 전 최고위원을 미워한다’는 내용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울산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저와의 관계를 많이 기록해 놨더라”라고 했다. 이어 “‘임동호가 좀 밉다’ 이런 것이다. 제가 미운 짓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지만, 그럴 리가 있겠나”라며 해당 메모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임 전 위원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원한다고 한 적이 있으며, 역으로 고베 총영사 자리를 제안 받았었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등과도 비슷한 시기에 만나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다만 울산시장 경선 포기를 전제로 이같은 얘기를 주고받았던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최고위원과 심 변호사는 지난해 초 울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해 4월3일 당내 경선 없이 송 시장을 단수공천(전략공천)했다. 임 전 최고위원과 심 변호사 지지자들은 즉각 중앙당 상경투쟁에 나섰다. 며칠 후 두 사람은 결과를 승복했다. 당시 심 변호사는 “민주당은 심규명을 버렸지만 심규명은 민주당을 버릴 수 없었다”며 “경선조차 치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지방정권의 교체를 바라는 당원들의 뜻이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가져오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석동현 변호사./연합뉴스




②‘공공병원’ 공약 조율했나

업무일지의 메모로 유추하는 또 다른 핵심 의혹은 병원 관련 선거 공약 조율이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7년10월10일자로 ’단체장 후보 출마 시, 공공병원 (공약). 산재모(母)병원→좌초되면 좋음.’라는 취지의 메모가 있다.

당시 울산시장인 김 전 시장은 산업재해 모 병원 건립사업(산재모병원)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송 시장 측은 이와 다른 공공병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일찍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후 공약 구체화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논의가 꾸준히 이뤄진 정황의 메모가 이어진다. 업무일지에는 지난해 1월23일자로 공공병원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했으니 송 시장이 당선되면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의 메모가 있다고 알려졌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과 한 회의 결과라면서 ‘(공공병원) 총사업비가 2,000억원이며 기재부 반대에 대비해 울산시 부담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메모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공약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적극적인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런데 의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유치를,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시장은 산재에 특화된 모병원 설립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산재모병원이 선거를 16일 앞둔 지난해 5월28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불합격 발표로 사업이 백지화된 것. 업무일지 메모에서 산재모병원 사업의 좌초도 고려된 만큼 청와대가 예타 조사 진행 상황을 송 시장 측에 언질을 줬을 가능성, 혹은 예타 조사 결과에 이르는 데에 관여했을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송 시장의 공공병원 사업은 이후 산재 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규모를 줄인 상태에서 올해 1월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③靑 참모진 본격 줄소환 전망

현재 검찰 수사는 송 부시장의 업무일지를 토대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일 검찰은 기재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산재모병원 예타 결정 과정을 세세히 들여다볼 전망이다.

같은 날 검찰은 송 부시장을 울산지검으로 불러 12시간가량 조사했다.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를 미리 인지했는지 등을 캐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송 시장 측과 공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 비서관의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선 경쟁자 제거 의혹과 관련해선 한국당이 군불때기에 나섰다. 지난 20일 대검찰청에 송 시장, 송 부시장, 임 전 비서실장, 한 전 정무수석,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8명을 ‘후보매수’ 혐의로 무더기로 고발한 것. 검찰이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 전 비서실장을 소환조사할 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수사 초기에 관심이 집중됐던 청와대의 첩보 가공 의혹도 불씨를 키워가고 있는 상태다. 송 부시장이 제보한 문건과 경찰로 내려간 첩보를 대조했을 때 어떤 내용은 빠지고 어떤 내용은 새로 들어갔다는 게 최근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전 시장 등의 주장이다. 따라서 첩보를 작성한 문모 행정관과 그 윗선인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도 계속될 전망이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