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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기획·연재
페이에 빠진 2030 정조준...佛서 불붙은 '유럽 핀테크 전쟁'

[리빌딩 파이낸스 2020] 1부. 신금융, 담장을 허물다

<1> 금융국경 사라진 유럽

유로존 은행 데이터 개방 이후 스타트업 앞다퉈 창업

핀테크 잠재력 큰 佛시장 놓고 토종-각국 기업 격전

佛도 금융산업 혁신 올인...유럽 전역으로 반격 채비

프랑스의 금융 중심가인 파리2구 한복판에 위치한 파리증권거래소에는 ‘라플라스(La Place)’라는 핀테크 네트워크 공간이 마련돼 있다. /파리=김기혁기자






“요즘 프랑스 젊은이들은 ‘간편송금한다’는 말 대신 ‘리디아(Lydia)한다’는 말을 씁니다. 파리에 사는 외국인도 알아들을 정도죠.”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스타트업 사업가 앙토냉 기씨는 서비스가 느리고 절차가 복잡한 은행을 방문하는 대신 핀테크 애플리케이션 ‘리디아’를 즐겨 사용한다며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우리나라의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리디아는 2013년 파리에서 탄생한 모바일 간편송금·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다. 프랑스 내에 25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35세 젊은 층의 비중이 88%에 달한다. 미국에서 모바일 송금·결제 앱 ‘벤모’를 이용해 돈을 보낸다는 의미로 ‘벤모(Venmo)하다’라는 신조어가 자리를 잡은 것처럼 프랑스에서도 ‘리디아하다’라는 말이 유행하는 배경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새로운 핀테크 열풍이 있다. 리디아 앱 하나만 있으면 소비자는 문자메시지·e메일로 돈을 송금하고 자신이 보유한 모든 은행 계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친구들과 공유계좌도 개설할 수 있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핀테크 이용도가 낮은 곳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언스트앤영(EY)이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 이용지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주요 27개국 가운데 프랑스 금융소비자의 핀테크 이용률은 35%로 조사 대상이 된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낮았다. 70%대인 네덜란드(73%)와 영국(71%)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고 독일·스웨덴·스위스(64%)는 물론 스페인(56%)·이탈리아(51%)에 견줘도 유독 낮다.

이런 프랑스에 유럽 각국에서 탄생한 각종 핀테크가 속속 침투하면서 금융판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핀테크 강국 영국의 ‘레볼루트’ ‘몬조’ ‘트랜스퍼와이즈’는 물론 독일의 ‘N26’, 스웨덴의 ‘클라르나’, 네덜란드의 ‘욜트’ 등은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역을 무대로 세를 넓히고 있다. 리디아 역시 최근 영국·아일랜드·스페인·포르투갈에 진출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 파리 시민은 “프랑스의 노인들은 아직도 두툼한 수표책을 들고 다닐 정도로 기성세대의 핀테크 이용도는 저조하다”면서도 “프랑스 은행의 서비스가 워낙 느리다 보니 젊은 층은 핀테크 앱을 쓰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에 거주하는 대학생 진 레콩트씨는 “핀테크 앱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기존 은행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계좌 개설 비용을 없애거나 1년간 카드결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과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금융혁신은 각국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에 힘입어 진화하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유럽연합(EU) 지역에서 발효된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와 영국의 ‘오픈뱅킹’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제도적 변화로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고객 데이터가 개방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이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새롭고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달부터 전면 도입한 오픈뱅킹도 영국의 사례가 롤모델이 됐다. 영국은 오픈뱅킹에 앞서 이미 2015년에 핀테크 업체가 공정한 조건으로 지급결제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담 감독기관을 신설했다.

스타트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건 프랑스 정부도 영국을 따라잡고 핀테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2일 찾은 파리증권거래소에는 제2의 리디아를 길러내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의지가 녹아 있었다. 프랑스 금융 중심가인 파리2구 한복판에 위치한 이 거래소 내에는 ‘라플라스(La Place)’라는 핀테크 네트워크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 걸린 전광판에는 “이제 프랑스 증권거래소는 핀테크와 인슈어테크(보험과 핀테크의 결합)의 새로운 허브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프랑스 최초로 증권거래가 이뤄졌던 역사적 장소가 핀테크 육성을 위한 미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라플라스는 핀테크 업계가 주기적으로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간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핀테크 산업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출입국 허가 규제도 과감히 풀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근로자·투자자가 가족과 함께 4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비자 제도인 ‘프렌치테크’ 비자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 공공기관인 ‘라프렌치테크’의 캣 볼롱간 국장은 “프랑스에서는 창업자의 국적은 물론 나이·학력을 따지지 않는다”며 “프렌치테크 비자를 신청하면 업무일 기준으로 일주일 만에 발급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엘리제궁의 한 관계자는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까지 하게 되면 핀테크를 비롯한 영국 금융 분야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며 “유럽 전역을 무대로 한 핀테크 경쟁에서 프랑스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김기혁기자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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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17:10:38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