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매우 어려웠던 한 해였습니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
중국의 최고 부호이자 민영기업을 대표하는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올해 중국 기업들이 ‘경영 한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갈등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하고 재정이 악화하자 기업들이 비용을 통제하는 등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 전 회장은 지난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저장성 출신 기업인들과의 송년행사에서 “2019년은 매우 험난한 한 해였다”며 “지난 몇 년간은 일부 기업인들만 힘들었지만 올해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만 해도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들의 전화를 다섯 통이나 받았다”며 “지난주에는 지인 10명이 자금확보를 위해 부동산 처분에 나서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SCMP는 “마윈은 이날 중국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경제성장 둔화와 부채 증가, 대외관계 악화 속에서 중국 민간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담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기업 이익이 감소하고 적자기억이 속출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민영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영활동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중국 기업의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는 1,394억위안(약 23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제로 모조장신구 업체로 유명한 신광그룹 창업자인 저유샤오광 회장이 올해 파산신청을 했으며 모터사이클 왕으로 불렸던 리판그룹의 인밍상 회장과 2년 전 야생동물 보호에 15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둥판원림투자그룹의 허챠오뉘 회장이 부채 증가로 자금난에 빠져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중국 간판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CMP는 중국 ‘정보기술(IT) 공룡’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올해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투자 규모를 대폭 줄였다고 전했다. 중국의 시장조사 기업 IT쥐즈(Juzi)의 조사 결과 텐센트의 올해 글로벌 투자건수는 지난해의 162건보다 33% 줄어든 108건에 그쳤다. 글로벌 투자금액도 지난해(727억위안)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343억위안에 머물렀다. 알리바바 역시 올해 글로벌 투자건수가 지난해의 62건보다 대폭 줄어든 37건에 불과했으며 투자금액도 710억위안으로 지난해의 800억위안보다 대폭 줄었다.
SCMP는 “이들 기업의 투자위축은 중국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에퀴타스연구소의 중국 주식 전문가인 밍루 연구원은 “대부분의 중국 IT회사들이 올해 비용을 통제하거나 현금유출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알리바바와 JD닷컴·메이퇀 등 대형기업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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