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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작년과 비슷한 수준...韓 성장률 2%대 초반"

[본지·현대硏 새해 기업경영 설문]

■국내외 경제전망

세계경제 가장 큰 위협요인에 '미중 무역분쟁' 62% 꼽아

수출환경 크게 안변해' 52%..."韓 1%대 성장"도 48%나

美대선 등 불확실성 증폭 속 국내경제 비관적 인식 확산





“1년 전에 우리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 같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앗 뜨거워’ 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해 12월2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경제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불안한 경고다.

국내 기업들이 바라보는 2020년 경제는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며 경제위기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세계 경제가 정체하면서 한국도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10곳 중 8곳은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의 진앙은 미국과 중국이다. 최근 들어 미중 무역분쟁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고 언제 다시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두 강대국의 충돌로 수출이 쪼그라들고 연쇄적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미국 대선 과정의 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체감경기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정체하면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59.6%가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와 같을 것이라고 진단했고 24.8%가 ‘2019년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세계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62.4%)’를 꼽았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둔화’는 전체 설문 응답의 15.6%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리스크’는 각각 6.4%로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연쇄적 보호주의 움직임’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50.0%였다. 그 외에 ‘수출 감소 등 실적 악화(38.7%)’ ‘정부의 기업 입장 중재 미흡(5.7%)’ 등을 꼽기도 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유탄은 지난해 한국 경제에 큰 피해를 남겼다.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부품 등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중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길어지면 중국 경제 둔화가 가속화하며 한국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 업계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의 유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0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2018년(3,172만CGT)과 2017년(2,519만CGT)보다 적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물동량이 줄어 선주사들이 발주를 미룬 탓이다.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의 후유증으로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 중국에 수출 25%를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보호무역주의 등 경제를 흔드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불안한 심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에서도 드러난다. 희망적인 빛보다는 그림자가 더 짙다. 기업의 48.6%는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1%대 후반(33.9%)’과 ‘1%대 중반(8.3%)’ ‘1% 초반(6.4%)’ 등으로 더욱 눈높이를 낮춘 기업들도 많았다. 기업들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수출경기 둔화(24.8%)’를 꼽았다. ‘민간 주체 경제심리 악화’라고 응답한 비중이 15.6%로 두 번째, ‘소비 부진’ ‘투자 위축’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각각 12.8%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한일 무역갈등에 대한 의견은 ‘나쁜 영향을 줄 것’이 49.5%, ‘별다른 영향이 없다’가 43.9%로 엇갈렸다. 나쁜 영향으로 가장 우려한 부분은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이었다.

수출환경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기업들의 52.8%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1,150~1,200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84원80전이었다. 기업들의 30.3%는 감당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 환율 수준이 1,150~1,200원이라고 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유지된다면 수출 수요 감소폭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위기로 연초에 출렁이고 있지만 올 한 해 전망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응답기업의 73.6%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60달러 미만’에 머물 것이라고 응답했다. ‘60달러 이상~70달러 미만’으로 응답한 기업은 20.8%, ‘40달러 이상~50달러 미만’ 5.7% 순이었다. 유가가 하락하면 생산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지만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희박해지는 추세”라며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시행으로 수요가 반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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