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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혁신부족에 노동 유연성도 뚝...2곳중 1곳 '빚내서 생존'

[상장사 수익 반토막]

재무레버리지168 → 170%로...수익 줄고 빚 증가 악순환 우려

"일감 없고 노동비용 느는데 대내외경기 불투명...투자 어려워"





“과거에는 ‘하면 된다’는 각오로 하면 어떻게든 성장을 일궈가는 맛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한 생산 장비 제조업체인 A사의 박모 대표는 최근의 심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4분기에는 누적 영업적자폭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넘게 늘었다. 꾸준히 연구개발(R&D)을 추진하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A사는 3년 전 2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선제적으로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대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방산업 경기가 위축됐다. 생산 장비를 취급하는 회사 특성상 자동차 등 완성품 업체의 경기는 실적에 직결된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도 역성장을 보이면서 A사의 주요 고객사인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여건도 나빠졌다. 자연스레 A사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면서 인건비 부담은 커졌고 납기를 맞추기도 어려워졌다. 궁여지책으로 소사장제도 시행하고 인원을 100명 가까이 줄이며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적자를 면하기는 쉽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일감이 줄어들고 노동비용은 늘어나는 가운데 대내외 경기도 불투명해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A사처럼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자본수익률도 반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순이익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가운데 자산 효율성이 감소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상장사들의 부채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활동이 나빠지면서 빚으로 자금을 당겨오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익성과 자본생산성이 나빠지는 가운데 부채비용이 늘어나면서 더욱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울한 해석이 나온다.

6일 서울경제가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의 재무 데이터를 활용해 2018~2019년 3·4분기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56곳(개별·별도재무제표 기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계산한 결과 지난해 ROE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반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ROE는 4.07%로 나타나 전년에 비해 48.3% 감소했다.

ROE는 순이익률과 자산회전율·재무레버리지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얼마나 수익을 잘 남기는지를 보는 지표로 쓰인다. 자산회전율은 자산 하나당 얼마만큼 매출을 뽑아내는지를 보는 수치로 매출액을 자산총계로 나눠 계산한다. 자산회전율이 낮을수록 경영활동에 생산설비 등 자산이 활발하게 쓰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재무레버리지는 자기자본에 비해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것으로 부채를 얼마나 당겨썼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쓴다.



이 중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순이익률로 나타났다. 2018년 3·4분기 기준 7.52% 수준을 나타내던 순이익률은 2019년 같은 분기에 4.07%로 급전직하했다. 자산회전율도 75.1%에서 70.93%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재무레버리지는 168.68%에서 170.79%로 소폭 상승했다.

문제는 수익성과 자산 생산성이 모두 떨어지는 가운데 재무레버리지만 올라갔다는 것이다. 정도진 한국회계정보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통상 수익률과 자산 생산성이 모두 좋아지는 가운데 재무레버리지까지 늘어났다면 기업이 경영환경을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자금을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수익성과 자산 회전율이 안 좋은데 부채수준만 늘어났다면 기업이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빚을 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3·4분기 누적 기준)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2018년 10.01에서 5.08로 줄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26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47.2%에서 49.7%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크다는 뜻이다.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빚을 지는 과정에서 비용이 더 늘어남으로써 수익성이 더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선제적인 설비투자까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대내외 경기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맞물리며 단위노동비용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자본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전방 수요가 악화하는 가운데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나타났다”며 “이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은 단위노동비용 상승으로 비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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