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provider)’로 진화할 것입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백악관 행사 담당자를 지낸 미국 작가 로라 슈워츠의 소개로 직접 무대에 올랐다. 그는 행사장을 가득 메운 전 세계 취재진 앞에서 현대차의 미래 정체성을 ‘인간의 이동을 빠르고 편안하게 만드는 서비스 제공자’로 규정했다.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과 신재원 현대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담당 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 등 이날 발표자로 나선 현대차 고위 임원들은 흔들리지 않는 현대차가 만들어내는 미래 모빌리티를 ‘사람과 기술’이라는 틀 안에서 찾아갔다.
현대차가 이날 전 세계 취재진과 관계자들에게 밝힌 미래 도시의 모빌리티 개념은 땅과 하늘을 아울렀다. 우선 현재 육상에 머무르고 있는 인간의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게 핵심이다. 현대차는 이를 UAM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사람들은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의 하늘에서 개인용항공기(PAV)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한다. 이 비행체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필요 없고 헬기보다 소음이 적어 도심 이동에 제한이 없다. 미래의 현대차는 이 기체를 직접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UAM은 도시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인간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고 했다.
항공으로 수요가 분산돼 한산해진 육상에서는 무인·전동화된 목적기반모빌리티(PBV)가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PBV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생활 플랫폼’에 가깝다. 카페·병원·상점 등으로 각각 특화된 PBV 안에서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들은 각자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한다. 교통 체증이 사라진 미래 도시에서 사람들의 이동이 즐거워지는 것이다.
수직이착륙 PAV로 체증 해결
도심 환승터미널서 PBV 연결
목적에 맞는 전기차 타고 활동
鄭 “이동 즐거운 모빌리티 제공”
국토부 “2028년 상용화 적극 지원”
UAM과 PBV를 끊김 없이 연결하는 것은 터미널 개념인 허브(Hub)다. 미래 도시인들의 커뮤니티 격인 허브에서 사람들은 이동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거라는 게 현대차의 구상이다. 현대차는 제조부터 서비스까지 이 모든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성하고 제공하며 인류에 ‘편안한 삶’을 선사한다. 현대차는 이날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야심’을 발표한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오늘 우리가 본 것은 현대차가 제공할 미래의 단편에 불과하다”며 “현대차는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로 변모하면서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혁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말’에 그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의 실제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우버의 자회사인 우버 엘리베이트와 협업해 만든 PAV 실물 콘셉트 ‘S-A1’을 행사장에서 직접 공개했다. 우버의 수직 이착륙 PAV 설계 회사인 우버 엘리베이트와 현대차는 이날 UAM 상용화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전 세계에 알리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우버 엘리베이트가 설계를 맡고 이동수단 생산의 노하우를 지닌 현대차가 함께해 UAM을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법과 제도 등이 다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이야기해봐야겠지만 UAM이 상용화되는 시기는 아마도 2028년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구상대로라면 도심 하늘이 시민들의 이동 무대가 되는 것은 10년이 채 남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개념을 기반으로부터 도출하기 위해 글로벌 전문가들이 참여한 ‘인간 중심 도시 자문단’을 꾸려 연구를 진행했다. 자문단은 역동적(vitalize)이고 자아실현적(enable)이며 포용적(care)인 세계를 미래 도시의 핵심으로 그렸고, 현대차와 자문단은 이 중에서도 ‘역동성’을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 개념으로 삼기로 했다. 자문단에 참여한 아트 마크먼 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활용한 역동적인 도시 구현에 최적화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 행사는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이랑 국토부 미래드론교통담당관 등 정부 담당자들도 참관하고 UAM 상용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실장은 “현대차 발표 내용을 환영한다”며 “도시 교통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UAM이 상용화되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UAM 모빌리티는 전 세계가 처음 시도하는 교통 체계여서 항로와 관제·보험·인프라 등 관련 제도를 백지에서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해외 기관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국토부 2차관 직속 미래드론교통과를 신설하고 올 5월 드론교통 5개년 로드맵을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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