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면서 연간 통합재정수지가 1조원 흑자를 내고 관리재정수지는 42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직전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통합재정수지 6조5,000억원 흑자, 관리재정수지 37조6,000억원 적자 전망을 대폭 수정한 결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지표 모두 정부의 수정 전망치를 크게 빗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8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1월호를 보면 지난해 1~11월 누적 통합재정수지는 7조9,000억원, 관리재정수지는 45조6,000억원 적자다. 한재용 기획재정부 재정건전성과장은 “재정 수지가 정부 예상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낼 것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내는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보다 앞서서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 통합재정수지가 적자였다.
나라 곳간 사정을 보여주는 두 재정수지가 나란히 적자를 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총수입은 찔끔 느는 데 총지출이 급격히 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1월 누계로 총수입은 1년 전보다 2조6,000억원 늘어난 435조4,000억원에 그친 반면 총지출은 같은 기간 무려 47조9,000억원 늘어난 443조3,000억원이나 됐다. 특히 총수입 중에서는 국가가 국민·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국세 수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경기 부진으로 국세 수입이 기대에 못 미쳤다. 3대 세목 중 소득세(77조9,000억원)·부가가치세(68조3,000억원)는 연간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인세(70조5,000억원)가 계획 대비 6조~7조원 모자랄 것으로 관측된다. 박상영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계획보다 덜 걷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세금이 12월에 들어왔겠지만 세수 결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국세 수입이 정부 세입 예산 규모인 294조8,000억원에 못 미치는 ‘세수 펑크’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11월까지의 세수 진도율도 93.8%로, 최근 5년(2014~2018년) 평균 진도율 94.4%보다 0.6%포인트 낮다.
결국 빚 부담이 늘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는 직전 월보다 5조9,000억원 늘며 70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그해 12월 국채 상환이 진행됐기 때문에 연말 기준 국가채무는 이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적자 국채 60조2,000억원어치를 발행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총 130조원(발행 한도 기준) 규모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어 국가채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세입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국채를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만큼 재정 건전성 악화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정부가 기대하는 ‘확장 재정→경제 성장→세수 증가’ 선순환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재정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정부의 재정 집행은 비효율 요소가 많기 때문에 확대 재정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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