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을 24시간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지금 몇 시쯤을 살고 있을까? 100세시대에 25세는 오전 6시로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30세는 오전 7시 10분, 40세는 오전 9시 40분, 50세는 낮 12시, 정년퇴직 연령인 60세는 오후 2시 25분이다. 100세시대에는 60세에 정년퇴직을 해도 오후 2시 25분에 퇴직하는 셈이다. 영국의 역사인구학자인 피터 라슬렛(Peter Laslett)은 노인으로 부르기에는 건강한 은퇴자들이 대거 몰려나오는 현상을 관찰하고, 은퇴 후 건강한 생애단계를 ‘제 3기 인생’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하였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의 저자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중년층을 ‘오팔세대’로 명명하였다. 오팔세대는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고, 활발한 여가생활을 즐기며, 모바일 활용능력이 높아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5060세대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들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기에 청 · 장년기를 보내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녀교육비와 노부모 부양의 이중부담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해 제 2의 경제활동이 필요하다.
요즘은 은퇴(retire)를 사회생활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re-tire) 다시 달린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예전에는 퇴직 후 다양한 여가활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일을 계속하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100세시대에 50~60세 사이에 퇴직을 하면 남아있는 30~40년을 놀며 소일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길다. 통계청의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고령층(55~79세) 3명 중 2명(64.9%)이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절반 이상(53.7%)이 50대에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 퇴직한 후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는 72세까지 가교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가교일자리는 급격한 소득 감소를 완화시켜 주며 퇴직 이후 생활에 점진적으로 적응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재취업 기회도 줄어들고, 재취업을 하더라도 정규직 보다 저임금의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은퇴 후에는 일에서 소득 이외의 다른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 은퇴생활의 만족도를 높일 수 가 있다. 은퇴 이후에 계속 일하려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금전적인 원인 외에도 일하는 즐거움, 정신적 · 신체적 활력유지, 사회적 유대관계 유지, 새로운 도전 등 다양하다.
50~60대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면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은퇴 후 재취업이 보편화 되면서 퇴직 후 학교를 1~2년 다니며 재충전을 하고 다시 일터로 복귀해 일하는 순환형 은퇴모델로 변하고 있다. 노후에 양질의 근로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자격증을 취득해 재취업 기회를 만드는 것이 좋다. 퇴직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제 2의 일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50~60대는 회사 퇴직 후 현역으로 일할 동안에는 도전할 수 없었던 가슴 설레는 인생 2막의 꿈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인생 2모작을 하는 주요 경로도 재취업, 창업, 귀농 · 귀촌, 사회공헌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메릴린치 보고서에 의하면 일하는 미국 은퇴자들의 은퇴 후 일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봉사 추구자, 성취 추구자, 균형 추구자, 소득 추구자의 순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오팔세대는 교육수준이 높고 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어 다양한 가치를 위해 일하는 은퇴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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