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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뒷담화]봉준호 감독 '기생충' 기록은 어디까지 갈까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베벌리힐스=AP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제로 꼽히는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한국영화사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한국 작품이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것은 물론 후보로 지명된 것도 ‘기생충’이 최초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 칸영화제입니다. 현지 언론과 평단의 높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설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수상자를 발표하던 새벽 ‘봉준호 감독 ’기생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속보를 접하고 꿈인가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까지만 해도 영화 담당이 아닌지라 그냥 자버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인터넷 뉴스에는 봉 감독의 기사로 채워지고, 텔레비전에서도 봉 감독의 수상 소식을 계속해서 알렸습니다.

계속해서 방송되고 나오는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은 그의 영화 못지 않게 기발했고, 재치있었습니다. 그는 우선 “프랑스어로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리고는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길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감사하다”고 말한 뒤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 ‘설국열차’ 등에 출연한 송강호는 봉 감독의 영화적 동반자입니다.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이정은(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송강호가 5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베벌리힐스=AFP연합뉴스


칸에서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봉 감독은 수 많은 수상을 합니다. 그가 받은 트로피만 50개가 넘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까지 받았습니다. 김연아 선수 이후 또 누가 한국을 대표할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50세의 봉 감독이 그 주인공이 될 줄이야. 50대가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이처럼 ‘기생충’으로 수많은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는 봉 감독이 또 하나의 소식을 알려왔죠. 바로 ‘기생충’이 미국 HBO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소식입니다. 영화 ‘빅쇼트’ ‘바이스’ 등으로 수차례 오스카 수상 경력이 있는 아담 맥케이 감독이 봉준호 감독, CJ ENM과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다고 합니다. 북미 개봉 당시 2,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냈으며, 봉 감독의 재치있는 발언들이 인기를 얻으며 #봉하이브 라는 해시태그가 달려 SNS에서 퍼져나가기도 했죠.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생충’의 드라마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 같습니다.

봉 감독이 또 하나의 대기록을 쓰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습니다. 바로 내달 9일 LA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오스카 시상식입니다. 오는 13일 발표되는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기생충’이 오를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국제영화상,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지명된 상태입니다.



과연 봉 감독이 또 한 번의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요? 분위기는 괜찮습니다. 버락 오바마가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꼽았고, 브래드 피트 역시 이 영화 팬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니, 오스카에서도 최소한 국제영화상을 수상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가져봅니다. 그런데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 각본상까지도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인데라는 생각에. 그런데 물론 외국어영화상도 영예지만 살짝 아쉬운 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선정하는 골든글로브는 오스카보다 진보적인 색채를 띄었기 때문에, 이번 수상 결과가 아쉽기도 하고, 오스카 수상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골든글로브보다 오스카는 확실히 보수적인 입장을 그동안 견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오스카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인 여론을 반영한 듯 2017년에는 흑인 감독인 배리 젠킨스가 연출한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흑인 감독 조던 필의 ‘겟 아웃’이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흑인에게 유독 박했던 수상에 어느 정도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아시아가 서양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어쩌면 ‘아시아의 차례’가 아닐까라는 기대도 품어봅니다. 그런데 기대를 품는 동시에 ‘오스카 캠페인’에 들어가는 홍보비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 떠오르네요. 작년 아카데미 3관왕을 휩쓴 ‘로마’에 넷플릭스는 1,200억 원을 투입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니까요. 막대한 자금력이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베벌리힐스=AP연합뉴스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리고 멋진 세계 영화감독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수 있어서 그 자체가 영광이다. 우리는 한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 자막의 장벽은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봉 감독이 한 수상 소감입니다. 칸영화제 수상 소감과 마찬가지로 재치있게 할 말을 다 한 수상 소감에 다시 한번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지만, 언어와 무관하게 ‘영화’라는 언어로 상을 받았다는 의미와 유난히 자막 보기를 싫어하는 미국인들에게 외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메시지 모두를 영리하게 전한 겁니다.

사족이지만, 봉 감독의 수상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봉 감독 군 면제해줘라’ ‘예비군이라도 면제 해줘라’ 등등 봉 감독의 수상에 모두 기뻐한 것입니다.

오는 13일에는 오스카 최종 후보가 나옵니다. 그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또 오스카에서도 수상을 한다면 봉 감독이 또 어떤 말을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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