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넘지 못한 효성(004800)중공업이 전력기계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트럼프 정부가 효성중공업의 주력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에 대해 40~60%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최근 중공업 부문 전력기계사업에서 차·부장급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중공업 부문의 수익성이 오랫동안 좋지 않았던 만큼 인력 과잉 문제가 지적돼 온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차·부장급 외에 신청자가 나오는 대로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 효성중공업의 중공업 부문은 최근 몇 년 간 실적 부진을 겪어 왔다. 2017년까지 매 분기 100억~300억원을 기록하던 중공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부터 고꾸라졌다. 2018년 1·4분기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3·4분기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 4·4분기 영업손실은 318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3·4분기에도 11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중공업 부문의 주요 먹거리인 초고압 변압기 사업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미국 정부는 수입 초고압 변압기에 대해 40~6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후 계속되는 초고압 변압기 대미 수출 감소에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4,650만달러(약 5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변압기 부문에서 국내 1위였던 현대중공업그룹의 자회사 현대일렉트릭도 고강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9월 전 임원에게 일괄 사직서를 받아 임원 40%를 감축하기로 했다. 부서별 통폐합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 또한 진행했다. 지난해 3·4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166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책임지고 지난달 정명림 사장이 자진 사임하기도 했다.
중공업의 부진에도 효성중공업의 실적을 떠받치던 건설부문의 올해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 또한 희망퇴직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6% 감소한 14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6년간 가장 낮은 수주액이다. 건설투자 또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2.5%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부문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올해 외형 감소 전망에 따라 수익성도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효성그룹이 부진한 사업의 규모를 줄여 탄소섬유 등 미래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전북 전주에서 ‘탄소섬유 신규 투자 협약식’을 열고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효성 관계자는 “효성중공업이 조직을 슬림화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려는 것은 맞다”면서도 “공식적인 희망퇴직 계획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