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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진 죄...서울아파트 37% 전세대출 막혔다

보유기간·매수사정 고려 않고

집값 비싸다고 돈줄 원천봉쇄

"실수요자들마저 투기꾼 취급

시장경제 역행...부작용 클 것"





오는 20일부터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가진 사람에 대한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의 37%가량에 규제가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주택의 3분의1가량이 영향권에 드는 셈이다. 갭 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대상 범위가 넓다 보니 선의의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당할 여지도 작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7일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시세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비율은 37.1%로 집계됐다. ‘9억원 초과’는 이번에 나온 전세대출 금지조치 등 정부가 각종 규제 대상으로 삼는 고가주택 기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인기 지역에서는 9억원보다 싼 아파트를 찾는 게 더 힘들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의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87.3%에 이른다. 10가구 중 9가구가량이다. 서초구 93%, 강남구 92%, 송파구는 82.2% 등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9억원 초과 비중도 62.4%에 이른다. 특히 용산구는 아파트의 82.2%가 9억원을 초과한다. 서울 등을 포함한 전국 규제지역의 9억원 초과 비율도 33.3% 수준이다. 이들 지역에서 집을 한 채 가졌다면 앞으로 전세대출에 대한 희망은 버려야 하는 셈이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규제가 시행되는 20일 전에 서둘러 전세계약을 하려는 전세대기자, 전세를 포기하고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의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 등 대부분의 규제에서 보유기간이나 매수 사정 등을 감안하지 않고 가격만 대상을 삼고 있다는 점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여지가 작지 않은 구조다. 특히 집값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투기꾼’으로 몰리는 셈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의 규제정책이 시장경제에 역행할수록 부작용만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집값 9억 넘으면 어쩌나 걱정…전세플랜도 못짤판”>

“규제전 계약 가능한 전세 있나”

이사철 앞두고 수요자 문의 빗발

9억넘는 집 매입은 더 까다로워져

3월부터 증빙서류 15종 제출해야



“오는 20일부터 시세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경우 전세자금대출이 금지되면서 그전에 전세계약을 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 자체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고, 무조건 20일 전에만 계약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규제 때문에 전세입주 계획을 다 바꾸고 있는데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습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

“시가 8억원 규모의 1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1월 말에 전세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9억원이 넘지 않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런데 연장이 문제입니다. 계약이 끝날 때 집값이 9억원을 넘어서면 보증이나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점쟁이도 아니고 집값이 9억원을 넘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한 부동산 카페)





20일부터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이 원천 봉쇄될 예정인 가운데 현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중개업소마다 규제를 피해 서둘러 전세계약을 하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카페에서는 대출규제가 필요하다는 일부 긍정론도 있지만 대다수 수요자들은 정부의 규제를 비판하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보니 전세 플랜을 짜는 것조차 어렵다는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갖고 있다면 무조건 규제 대상이 되는데, 규제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수 있다”며 “규제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시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전 계약해야” 혼돈의 전세시장=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지역 중개업소에는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려는 수요자들의 문의전화가 늘어나고 있다. 20일부터 규제가 시행되면 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봄 이사철에 이사를 계획했던 이들은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일정을 대폭 앞당기면서 ‘20일 전 계약 가능 물건’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20일 전에 전세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사정이 나은 축에 든다. 올봄 결혼할 예정인 김모(36)씨는 전셋집을 구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반전세나 월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결혼 전 전세를 끼고 산 서울 강북의 아파트가 9억원을 넘어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의 기준점으로 세운 ‘9억원 아파트’는 서울에서는 고가 아파트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에서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37.1%다. 아파트 3채 중 1채는 고가주택이라는 의미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이 비율이 87.3%까지 치솟아 고가주택이 아닌 아파트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서울 아파트를 가격순으로 나열한 중간가격을 보면 8억9,751만원(지난해 12월 기준)으로 9억원에 임박했다.

◇ 9억원 초과, 매입 시 15종 서류 제출해야=이런데도 앞으로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규제는 더 강해진다. 3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을 넘는 주택을 매입할 때 15종의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실상의 ‘주택거래허가제’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9억원 초과 주택에는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조정에 따라 9억원이 넘는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은 9억원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20% 수준의 대출만 받을 수 있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된다. 세금 부담도 커진다.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으로 공시가 9억원 이상 주택의 세율은 집값에 따라 0.1~0.8%포인트 인상된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줄어든다.

갈수록 규제가 쏟아지다 보니 집 가진 사람은 ‘투기꾼’이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는 ‘잠재적 투기꾼’으로 보는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도한 거래시장 단속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고 정상적 거래까지 준범법자 취급을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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