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 지분을 신규 취득했다. 카카오가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모빌리티 부문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 지분을 취득한 만큼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1%가량 매입했다. 매입 단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매입 시기를 고려했을 때 주당 4만원 정도로 총 투자액은 약 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최근 주주명부를 폐쇄하면서 카카오의 지분 매입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카카오도 이날 이번 지분 매입과 관련해 “대한항공과 모빌리티 사업 협력 MOU 체결 이후 한진그룹과 전사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일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5일 카카오와 플랫폼·핀테크·커머스·콘텐츠·디지털 전환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을 골자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특정 분야에서의 협업이 아니라 그룹 대 그룹으로서 전반의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높은 수준의 협력 모델이었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것은 지속 가능한 상호 협업을 위한 상징적 의미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 측과 카카오가 사전 교감을 통해 지분을 매입했고 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카카오가 우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의 지분율이 1%로 미미하지만 조 회장 측이 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는 ‘명분’을 카카오를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에게 ‘선대 회장의 유훈을 따르지 않는다’며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으로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장본인이다. 그런 그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이미 백기사로 등장한 델타항공이나 전략적 투자자(SI) 개념의 카카오 등 사업 영역을 늘려가고 있는 조 회장에게 소액 주주나 외국인 주주 등의 표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손잡은 카카오가 지주사 지분을 취득해 향후 사업을 전 그룹사로 확대하려는 전략이지만 경영권 분쟁이라는 예민한 상황이었던 만큼 조 회장과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모빌리티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카카오 입장에서도 향후 지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카카오 측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도원·백주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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