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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10년 만에 성장률 최저, 증명된 소득주도성장 무용론

최저임금·주52시간제도 시행했지만 민간소비·투자 실종

취업자수 늘었지만 양질의 일자리 계속 감소

경제전문가들 "이대로 가다간 올해 1% 성장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정책 펴야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였습니다. 정부는 2.0%를 지켜낸 것에 대해 안도하며 낙관적인 평가를 쏟아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2%대를 지켜냈다”며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 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주장해 온 ‘소득주도성장’의 무용론이 증명됐다는 분석입니다. 홍 부총리는 개인 SNS에 국민소득이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보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0.4%로 나타난 것은 전세계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소득증가→소비·투자증가→기업경영↑→경제성장?

소득주도성장이란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주52시간 제도를 통해 과도한 업무시간을 줄여나가면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돼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기업의 경영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입니다. 즉 가계의 가용 자금을 높이면 활력이 생기고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적 구조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한은이 발표한 ‘2019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 실질총생산(GDP)’ 자료를 보면 민간 소비와 투자가 사라졌습니다. 민간소비는 전년대비 1.9%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민간 의료비가 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 확산에 오락·문화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지만 내수가 살아나 생산과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8.1%)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로 나타났는데요다. 정부가 성장률 사수를 위해 재정을 쏟아부으며 총력을 다한 4·4분기에도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4.2%로 여전히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습니다. 미·중 간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홍콩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전세계 교역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석유제품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한은과 정부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2% 중반대의 성장을 자신했지만, 기업 등 민간투자가 위축되며 성장 엔진이 급격히 식은셈입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 성장률은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기업을 옥죈 결과”라며 “정부가 2년 동안 감세·규제완화 정책을 펴지 않고 그 반대로 증세·규제강화에 더해 복지 지출을 늘렸으므로 성장세가 둔화한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건설투자(-3.3%)도 2018년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4·4분기 건설투자는 전년동기대비 0.5% 소폭 성장했으나 이마저도 민간이 아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기여도가 대부분입니다. 한은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도로와 상·하수도, 문화·체육시설의 건설·보수 등 생활밀착형 정부주도 투자 지출이 크게 늘었다”며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3월 잠정치 발표 때 정확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업자수 늘었다고 하지만 양질 일자리는 감소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712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만1,000명 늘었습니다. 최저임금 급등이 반영된 첫해인 지난 2018년 취업자 수가 9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친 이후 2년 만에 30만명대 취업자 수 증가 흐름으로 복귀했습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정부의 재정 일자리사업이 12월부터 시작되면서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대폭 개선된 것은 재정 투입에 기댔을 뿐 민간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재정이 대거 투입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취업자 수가 16만명 늘어난 데 반해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은 8만1,000명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재정을 쏟아부어 늘린 일자리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일자리의 증가로 나타났으며, 숙박음식점업 일자리의 증가는 대다수가 호텔·식당 등의 아르바이트 일자리입니다.



연령별로도 쓰레기 줍기 등 재정 투입 노인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60대 이상의 취업자 수가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인 37만7,000명 이나 늘었습니다. 반면 한국 경제 허리인 40대 취업자 수는 16만2,000명 줄었고, 30대도 5만3,000명 감소했습니다. 특히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 1991년 26만6,000명이 줄었던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 대부분 60대 이상이고, 이들에 대한 고용은 상당 부분이 정부 재정으로 인한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 고용 관련 통계를 발표할 때 재정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함께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1%대 성장률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고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1%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금리를 인하하고 정부의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부주도의 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현재 정부가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으로 거시 분야에는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유동성이 소비나 투자 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미시 분야에서 정책을 펴 기업투자 활성화와 중산층의 구매력 증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복지 분야로의 재정 투자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0.4%를 보였다.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경제성장률을 한참 밑돈 수치입니다.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민과 국가의 부를 늘리는 길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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