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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십명 만나는데..." 불안에 떠는 도로위 기사들

택시·배달직군 전염우려 커져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 금지를"

배민라이더스 지회 공문 논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 29일 서울역 인근 정류장에서 한 택시기사가 손님을 기다리며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 29일 서울역 인근 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쓴 택시기사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오승현기자


# 올해로 15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6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설 연휴 직후인 지난 28일부터 마스크를 쓰고 운전한다. 뉴스를 통해 전해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의 확산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가 마스크를 쓰고 운전대를 잡은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5년 만이다. 일부 손님들은 마스크를 쓴 택시기사의 모습을 불쾌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매일같이 생면부지의 승객들을 태워야 하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매일 수십, 수백 명의 불특정 다수와 만나야 하는 도로 위 기사들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는 운행을 꺼리고 택배기사들은 마스크를 쓴 채 무거운 짐을 들고 뛰어다니며 호흡곤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배달라이더 노조는 중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배달금지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지 열하루째인 30일 서울역 택시정류장. 손님을 기다리며 줄줄이 늘어선 택시의 운전석에서는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기사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경력 23년의 택시기사 이모씨는 “마스크를 쓰면 손님과 대화를 나눌 때 불편하지만 언제 어디서 누가 탈지 모르니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챙겨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없으면 틈이 날 때마다 소독제로 좌석 시트와 차량 손잡이를 닦는다. 이씨는 “마스크를 쓰고 세정제로 수시로 손을 닦지만 밀폐된 차량 안에서 종일 손님들과 접촉하다 보니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를 않는다”고 호소했다. 일부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중국인 기피현상도 감지된다. 개인택시기사 한모씨는 “아무래도 중국인 손님이 타면 꺼림칙한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웬만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근처로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마을버스정류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및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하루에만 수백 개의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 택배기사들도 감염 공포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택배기사 오모씨는 “회사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기는 했지만 늘 시간에 쫓겨 배송물품을 들고 뛰어다녀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체력적 부담이 가중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토바이로 음식을 나르며 많은 이들과 접촉해야 하는 배달라이더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배민라이더스 지회는 최근 사측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지역과 중국인 밀집지역에 배달을 금지하거나 위험수당을 지급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가 혐오정서를 부추긴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하면서 택시회사와 택배·배달 업체들은 저마다 예방대책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는 승객을 직접 대면하는 택시·대리운전기사들에게 손세정제·마스크 사용 등 감염증 관련 예방수칙과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택시운송조합은 택시기사들에게 마스크와 손세정제·소독제를 지급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집하장에 설치된 열감지카메라와 레이저체온기로 발열을 점검하고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들에게 방역마스크를 지급하고 의심증상 발견 시 무조건 쉬도록 조치하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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