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서 BMW그룹을 제치고 2년 연속 4위 자리에 올랐다. 시장점유율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9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난해 유럽연합(EU) 소속 28개국에서 103만9,999대를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도 역대 최고 수준인 6.8%를 기록해 유럽 내 자동차그룹 중 4위를 차지했다. 판매량은 지난해 2018년(101만1,452대)보다 2.8%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은 전년(6.7%)보다 0.1%포인트 올랐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에서 BMW그룹을 2년 연속 따돌리고 4위 자리를 지켜냈다. 현대차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유럽 재진출이 예정된 만큼 현대차그룹의 유럽 공략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유럽 시장 판매량 성장률인 2.8%는 5대 자동차그룹 중 상위권에 속한다. 지난해 373만5,099대를 판매해 1위를 기록한 폭스바겐그룹이 전년 대비 3.1% 성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다. 2018년 대비 지난해 유럽 자동차시장 성장률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시장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한때 유럽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켰던 푸조·시트로엥그룹은 판매량이 1.1% 하락했고 르노그룹·BMW그룹은 각각 1.1%, 1.7% 등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다. 3년 전인 2017년만 하더라도 유럽 시장에서 6위권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은 경쟁 업체들이 부진의 늪에 빠진 틈을 비집고 선두 자리를 향해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주도하는 두 축은 친환경차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유럽에서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차량(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전기차량(BEV)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10%를 웃돈다. 현대차에서는 ‘아이오닉’ ‘코나EV’ ‘코나 HEV’가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나EV는 5개월치 주문 물량이 밀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SUV인데다 친환경차라 인센티브 없이 판매돼 수익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기아차(000270)에서는 니로EV 등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으로는 현대차 투싼과 코나, 기아차 스포티지와 씨드가 판매량 성장을 이끌었다. 이들 차종은 모두 연 10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버팀목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낼 예정이다. 우선 2015년 유럽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가 2018년 판매를 중단했던 제네시스가 대형 SUV GV80을 들고 재진출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자동차시장 부진에도 유럽 내 고급 SUV 판매량이 증가하는 만큼 제네시스는 GV80 출시로 유럽 시장에서 겪었던 상처를 설욕한다는 다짐이다. 이달 22일 현대차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 부사장은 “럭셔리 브랜드 본고장인 유럽 진출을 위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로 진출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을 찾아 유럽 고객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올 하반기 중형 SUV GV70을 출시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전기차 라인업까지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시장은 친환경차와 고급 SUV 선호도가 타지역 대비 특히 높다”며 “예정대로 신차가 출시된다면 현대차의 유럽 시장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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