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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경로 모르는 확진자 나왔다

16번 환자 泰서 전염 특정 못해

접촉자 1,300명 넘어 확산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4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욱기자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하는 한편 접촉자 수는 1,300명을 넘어서는 등 감염병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태국에서 지난달 19일 귀국한 42세 한국인 여성이 16번째 환자로 확진됐다고 4일 밝혔다.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25일부터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 그는 전남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이 환자의 경우 증상이 시작된 후 28일부터 광주시의 21세기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병원내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세기병원은 환자와 의료진이 통째로 격리되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6번 환자의 확진은 아침에 확인받아 관련 정보가 없다”면서 “태국에서 감염됐다고 특정하기 어려우며 자세한 감염경로를 조사해야 하지만 이상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확인된 조사 대상 유증상자는 전날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29명이며 접촉자 수 역시 전날보다 400명가량 증가한 1,318명이다. 조사 대상 유증상자 대부분은 접촉자가 아니라 새로 신고된 경우로 밝혀지며 감염경로를 특정하기 어려운 16번 환자 같은 사례가 또다시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태가 아주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질본도 “정보없다”는 16번 확진자, 7일간 정형외과 입원했다>

[신종 코로나...허술한 방역망]

42세女 방콕 등 여행후 19일 귀국

질본 “현지 감염 특정은 어려워”

일반병실서 지내 병원내 감염 우려

21세기병원 첫 ‘코호트 격리’ 돌입

입원환자·의료진 모두 출입 봉쇄

12번 확진자 접촉자 300명 급증



국내 16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거쳐간 광주의 한 병원에서 방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 환자에 대해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저희 판단에도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6번 환자가 태국에서 감염됐다고 특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염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16번 환자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대혼란에 빠졌다. 16번 환자가 귀국한 지난달 19일 태국 내 신종코로나 감염 확진 환자는 2명에 불과했다. 태국 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면서도 입국 과정에서 공항 내 감염이나 입국 이후 지역 감염 역시 의심되는 이유다.

보건당국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16번 환자는 태국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한 후 무안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귀국 6일 뒤인 지난달 25일 저녁부터 오한 등 증상이 시작됐다. 증상 발현 이후 광주 광산구 소재 21세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환자는 과거 폐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는 3일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된 후에야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됐고 다음날 확진 환자로 확인됐다. 현재 상태는 안정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이 환자가 선별진료소로 지정되지 않은 21세기병원에서 7일간 일반 환자로 입원했다는 점이다. 이 병원은 90개 병상의 어깨· 허리 통증 등 정형외과 중심 병원으로 이 밖에 내과 전문의 1명이 있는 곳이다. 21세기병원 측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해당 환자는 지난달 28일부터 3일까지 7일간 입원해 있었다”며 “이달 3일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21세기병원은 현재 70~80명의 환자가 입원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확진자 발생에 따라 병원을 의료진들과 함께 폐쇄하는 ‘코호트(cohort) 격리에 들어갔다.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 서울 메디힐 병원 등 전국 9개 병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바 있다.

16번 환자는 지난달 19일 귀국했고 증상은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됐다. 격리된 이달 3일까지 귀국 시점부터는 16일, 발병 후부터도 10일간 이상 지역사회에서 방치됐다. 지난달 28일 입원했음을 감안하면 설 연휴 기간 이동과 접촉이 많았을 수도 있다.



이 환자의 경우 증상이 악화돼 지난달 27일 전남대병원에서 엑스선 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았으나 정상 판정을 받았다. 중국 방문 이력이 없고 폐 관련 기저질환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일찌감치 격리 치료를 받아 지역사회 전파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은 이날 광주로 파견돼 A씨가 태국 출국에서 귀국 이후 확진될 때까지의 이동경로와 동선·접촉자 등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 중이다.

한편 정 본부장은 태국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하는 것 대해 “각 국가의 위험도는 유행 상황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고위험지역에 대해서 오염지역으로 지정해 검역을 시행하지만 (태국의 경우) 그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오염지역 지정을 검토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우선 이 환자가 어디서 어떤 노출이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역학조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대혼란 상태다. 16번 환자는 12번 환자보다 접촉자를 파악하기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감염경로조차 의문투성이기 때문이다. 이상엽 고려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130명에 불과한 역학조사관이 잇따르는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며 “우선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확인된 접촉자도 폭증했다. 3일부터 첫 환자의 접촉자 45명이 감시 해제됐지만 새로운 접촉자가 400명 이상 늘었다. 일본에서 2차 감염됐던 12번 환자의 접촉자는 300명 이상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2번 환자가 방문했던 영화관(부천역 CGV)과 인천출입국사무소·병원 등의 접촉자가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6번 환자의 아내인 10번 환자의 접촉자도 9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방문했던 경기 고양시의 미용실에서 접촉이 일어났다. 16번 환자의 접촉자는 전혀 집계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앞으로 접촉자 수 역시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유증상자 역시 전날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2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신규로 신고된 사례라 제2의 16번 환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 본부장은 “사례 정의를 확대하며 보건소 등에서 의심 환자 범위를 넓게 적용, 신고가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세종=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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