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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DLS 조기상환 잇단 실패…500억 묶였다

[유가 50弗 붕괴...13개월來 최저]

4일 중간평가 9개 중 4개 기준 미달

내주 평가땐 40개 상품 429억 예상

증권가 올 하단 40弗까지 낮추기도

상환 실패에도 손실구간까지는 여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국제유가가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원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의 조기상환 실패가 잇따르고 있다. 손실 구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단기 투자자들의 경우 조기상환에 실패하면서 일정 기간 자금이 더 묶이게 될 처지에 놓였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중간평가가 진행된 원유 DLS 9개 중 절반 가까운 4개 상품이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2월 발행돼 북해산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NH투자증권3013 DLS’의 경우 조기상환 기준이 최초기준가격의 90%인 브렌트유 62.18달러, WTI 61.72달러이지만 두 상품의 국제가격이 이보다 낮아 조기상환 기준에 미달했다. 이외에 ‘KBable126’ 등 3개 DLS 상품도 조기상환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품은 조기상환에 실패함에 따라 1~6개월 후 다시 중간평가를 거쳐 조기상환 여부가 결정된다. DLS는 대개 2~3년가량의 만기를 갖고 있으며 정기적인 조기상환 기회가 있다. 조기상환을 위한 중간평가에서 기준가격의 일정 비율 이하로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면 만기 전 상환이 가능하다. 만기 시에도 기준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보장하며 전체 투자 기간에 일정 비율(녹인 배리어)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 적이 없어도 수익을 지급한다.

따라서 조기상환에 실패하더라도 투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D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경우 조기상환을 노리는 단기 투자를 많이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뜻하지 않게 자금이 상품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4일 조기상환에 실패한 원유 DLS의 발행 총액은 100억원을 넘어선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기간이 길어지면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어 대체로 조기상환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며 “갑작스러운 유가 하락으로 투자기간이 더 길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기상환 실패 사례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WTI의 경우 4일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0.5달러 내린 배럴당 49.61달러로 장을 마쳐 지난해 1월8일 이후 13개월 만에 50달러선이 붕괴됐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우려로 지난달 63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된 후 하락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반등에 실패해 현재 가격 수준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다음주 중간평가가 진행되는 68개 DLS 가운데 40개가량은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 40개 상품에 투자된 금액만 429억원에 달한다. 이미 조기상환에 실패한 상품을 포함하면 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자의 의도와 달리 DLS에 상당기간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면서 중국의 원유수요가 이른 시일 내에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감산 합의 연장을 위한 회동을 앞당겼지만 감산 규모가 수요 축소 규모를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50달러 초반대로 예상했던 올해 국제유가 하단을 40달러대까지 낮추는 움직임도 파악된다.

다만 유가 하락이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DLS 투자원금이 훼손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원유 DLS의 경우 대부분 60~70달러선에서 발행된 경우가 많은데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하려면 국제유가가 30달러 초중반까지는 하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국제유가 급락을 제어할 방안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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