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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억제는 안돼"...WHO의 도 넘은 '중국편들기' 이유는?

사망자 400명 넘어선 시점에서도

"중국 대처로 해외 확산 막아" 두둔

중국 지지로 당선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WHO서 영향력 키우는 중국 눈치본다' 지적

'정치 중립 안지켜' 사퇴 청원 잇따라

5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대형 전시장을 개조한 임시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있다. /우한=AP연합뉴스




“우리는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갖고 있다. 이 기회의 창을 놓지 말자.”

중국을 넘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사태를 두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희망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이미 사망자가 400명을 훌쩍 넘어서고 확진자도 2만 명이 넘었지만, 중국의 조처로 신종코로나가 심각하게 해외로 확산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반면 일부 부유한 국가가 발병 사례를 공유하는 데 뒤처져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다른 국가로 돌렸다. 그는 WHO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발병 사례 중 완전한 보고서를 제출받은 경우가 38%에 불과하다며 “더 나은 데이터가 없으면 어떻게 감염증이 퍼지는지 확인하는 데 매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한 가운데 리커창(앞쪽 가운데) 중국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베이징 질병통제예방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전 세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발언이 있었던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중국 내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 수가 사망자 425명을 포함해 2만 471명으로 집계되면서 2002~2003년 중국을 강타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위력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스 발병 당시 중국 본토에서는 5,327여명의 확진자와 349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는 2002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발생한 수치다. 신종코로나는 지난해 12월 8일 처음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두 달도 채 안 돼 사망자 수가 사스를 넘어선 것이다. 이밖에 중국 이외의 23개국에서 16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왔다.

신종코로나 확산과 관련한 WHO의 대응을 두고 국내외에서 의구심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WHO는 신종코로나 확산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이미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확산한 뒤에 내린 결정을 두고 ‘늑장대응’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교역과 이동 제한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지나치게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HO 본부에서 긴급 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제네바=AP연합뉴스




이처럼 신종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WHO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을 두고 각종 추측과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친중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프리카 빈국 에리트레아 출신의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17년 WHO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600억 위안(약 10조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처럼 WHO에 기여도가 높은 중국이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인 것이 당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중국 외교관들은 거브러여수스를 사무총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지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WHO가 속한 유엔 지원금 중 6억4,000만 달러를 삭감하는 등 지원 축소 의사를 거듭 밝히는 상황에서 WHO는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고향인 에티오피아의 도로 건설에서 70% 이상을 수주하는 등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기까지 하자 중국에 더 우호적인 태도를 갖게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왼쪽부터) 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신종질병조사팀장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유럽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네바=AP연합뉴스


WHO 내부에서도 중국의 초기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지만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이를 무시한 채 중국을 감쌌다는 의혹도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WHO 자문기구인 긴급위원회의 일원인 호주 커튼 대학의 존 매켄지 명예교수는 “중국이 우한에서 열린 주요 회의 때문에 환자수에 대해 침묵하려 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신속하게 감염사례를 보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 “비난받을 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신종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기 시작할 당시는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이 지방 양회를 열었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중국이 신종코로나 사태로 지방 양회가 가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감염 사례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더타임스의 보도는 그간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중국을 옹호한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PHEIC 선포 권한을 가진 사무총장이 WHO 내부의 반대 입장에도 끝까지 중국을 두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신종코로나 사태에 대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허술한 대처에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청원사이트 ‘체인지’에 따르면 7일 오전 9시55분을 기준으로 32만4,152명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에 동의하며 온라인 서명을 했다. 청원자들은 “WHO는 정치적으로 중립이 돼야 한다”며 “사무총장은 다른 조사 없이 중국 정부가 제공한 감염자와 사망자 수만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이틀 동안 중국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며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내 사망자 수가 600명,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WHO 차원의 확실하고 실질적인 대처가 없다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자질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더불어 WHO가 지구촌의 질병에 맞서 싸우는 기구가 아닌, 특정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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