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4대 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이 나란히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30%대에 바짝 다가섰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각종 대출·판매 규제 강화, 경쟁 심화 등이 겹친 ‘삼중고’로 은행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진정한 종합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그룹들의 전략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전체 이익 가운데 비은행 부문의 비중은 평균 26.5%로 분석됐다. 전년(21%)보다 5.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주사 전환 첫해로 직접 비교가 어려운 우리금융을 제외한 3개사 평균만 따지면 28.9%로 전년(25.8%)보다 3.1%포인트 올랐다. 지난 2017년 말 31.8%(신한·KB·하나금융 평균)까지 올랐던 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그해 말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 대출자산 성장으로 은행업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이듬해 26% 수준으로 급락했다가 이번에 다시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리딩금융’ 타이틀 수성에 성공한 신한금융이 전년 대비 2.6%포인트 오른 34%로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비은행 부문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비은행 부문 순이익이 은행(2.2%)보다 7배 높은 15.2%의 증가율을 기록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입증했다. 특히 오렌지라이프의 실적이 지난해부터 금융그룹 실적에 반영되면서 신한생명과 합친 보험 부문 이익 기여도가 8%로 1년 만에 2배 뛰었다. 금융투자·보험·캐피털 등의 글로벌 사업 강화로 그룹의 글로벌투자금융(GIB) 영업이익이 42% 급증한 것도 주효했다.
KB금융도 지난해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이 30.8%를 기록해 30% 선을 넘어섰다. 증가폭은 4.6%포인트로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 부문 대신 KB증권이 전년보다 44.2% 늘어난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수수료 이익 성장을 이끌었다. 투자은행(IB)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 하나금융도 당기순이익이 84.3% 급증한 하나금융투자의 호실적에 힘입어 비은행 부문 이익 기여도가 21.9%로 전년보다 2.2%포인트 올랐고 우리금융 역시 지주 전환 첫해부터 자산운용·종합금융·자산신탁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실으면서 당기순이익 비중을 6.8%에서 19.1%로 끌어올렸다.
금융그룹들은 비은행 부문 다각화와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 더욱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예대마진 중심의 은행업은 수익성이 한계에 부딪힌데다 투자상품 시장도 판매 제한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하나금융에 이어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성장성이 약화하면서 비은행과 해외에서의 역량 강화가 향후 금융그룹 실적 개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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