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억제성 시냅스 기능을 조절해 뇌전증(간질)을 치료할 수 있는 신규 후보표적을 발견했다. 이로써 난치성 뇌질환 중 하나인 뇌전증 등의 신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엄지원·고재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김승준·김현호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를 ‘셀 리포트’ 온라인을 통해 발표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1%에 달하는 유병률을 보이는 뇌전증은 중추신경계의 약 30% 이상이 기존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이다. 고혈압·당뇨병·뇌출혈 등과 동반 발생하는 뇌전증 경련은 전체 인구의 10~15%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뇌의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며 어떻게 뇌의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가고 증상을 제어하는 구체적인 기전은 무엇인지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뇌질환과 연관된 억제성 시냅스의 발달을 매개하는 핵심분자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그 기능을 연구해왔다. 엄 교수팀은 지난 2016년 억제성 시냅스 단백질인 IQSEC3를 최초로 발견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IQSEC3 단백질이 기억·학습 등을 매개하는 부위인 ‘해마 치아이랑’ 내 신경회로 활성을 조절해 억제성 시냅스 발달을 매개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파악했다. IQSEC3 단백질을 없애주는 녹다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생쥐 해마 치아이랑에 주입한 결과 심한 경련 증세를 보이며 억제성 시냅스 숫자와 신경전달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해마 치아이랑 내 다양한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인 ‘소마토스타틴’ 펩타이드양이 급격히 감소했을 때 이를 다시 주입하자 IQSEC3 결핍으로 발생했던 억제성 시냅스 기능 이상과 경련 증세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도 관찰했다.
엄 교수는 “뇌신경세포 신경전달을 조절하는 소마토스타틴이 억제성 시냅스 발달을 매개하는 중요 단서를 찾았다”며 “뇌전증뿐 아니라 흥분성·억제성 균형이 망가져 발생하는 다양한 난치성 뇌질환의 신규 치료전략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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