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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정치 신인 수혈 비율 크면 이겨…'총선 승리공식' 이번에도 통할까

<총선 D-57…여야 공천 물갈이 경쟁>

18·19·20대 총선서 새 인물 내세운 정당이 웃어

학습효과에 與 30%·野 40%까지 인적쇄신 전망

참신함으로 표심잡기 중요하지만 평소 인재 육성

세밀한 영입시스템 마련·계파 갈등도 최소화해야

현역 의원 공천 물갈이 승패 공식은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될까. 최근 18·19·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공천 과정에서 의원 교체 비율이 높았던 정당이 늘 승리했다. 하지만 계파 간 공천 싸움이 증폭되거나 경쟁력이 약한 인물들을 대타로 내세울 경우에는 선거에서 고전한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물갈이의 양과 질 두 측면을 고려하면서 공천 작업에 돌입했다. 공천 물갈이는 기득권 정치인들을 교체하고 새 인재들을 채워놓는 것이다. 출전 선수를 고르는 공천이 본격화되면 4·15총선 게임의 승부 윤곽도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왼쪽 사진)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용득 의원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지난 11일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뒤 황교안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물갈이 교훈인가, 반면교사인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작성한 ‘총선 승리 정당에는 3대 법칙이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공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 2012년 19대 총선, 2016년 20대 총선 분석을 토대로 혁신 공천 등을 승리 법칙으로 꼽았다. 김영삼 정부 4년 차에 실시된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 대통령은 운동권 출신 김문수·이재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등을 영입했다. 또 이회창·박찬종·이인제 등 계파를 떠나 대선주자급 9룡(龍)을 내세웠다. 신한국당은 개혁 공천으로 ‘정권심판론’ 공세를 방어하면서 전체 299석 중 139석을 얻어 확실한 1당 자리를 유지했다. 이명박 정부 5년 차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전 의원, 젊은 보수인 이준석·손수조 등을 대거 영입했다. 새누리당은 결국 전체 300석 중 152석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박근혜 정부 4년 차에 치러진 20대 총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진박(眞朴) 공천’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의 정면충돌을 표면화시키면서 추락했다. 반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강성 친노’ 성향의 이해찬 의원 등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대신 새 인물들을 내세워 승리했다. 당시 민주당은 123석을 얻어 제1당으로 부상했고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쳐 참패했다.

◇역대 총선서 공천 물갈이 영향은

역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공천 물갈이 비율은 총선 승패에 영향을 줬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총선 당시 현역 의원 공천 물갈이 비율을 비교하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38.5%였으나 통합민주당은 19.1%에 그쳤다. 결국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인 153석을 얻어 압승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현역 의원 25% 컷오프와 불출마 의원을 포함해 47.1%를 물갈이하면서 승리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의 물갈이 비율도 37.1%였으나 새누리당에 미치지 못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33.3%의 현역 의원을 물갈이해서 23.8%에 그친 새누리당을 제치고 승리했다.

여야가 공천 물갈이 경쟁을 벌이는 것은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새 인물을 선호하는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 의뢰로 1월26~28일 전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결과 현역 의원을 찍겠다는 응답은 30.5%에 그쳤다. 반면 41.5%는 현역 의원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유권자들의 현역 의원 교체 의지와 여야의 물갈이 경쟁이 상호 작용하면서 역대 총선의 초선 당선자 비율은 대체로 절반에 육박했다.

◇ 여야 공천 물갈이 본격화

여야는 4·15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통해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고 새로운 주자를 배치하는 경쟁에 돌입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는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에 집착하지 않고 지역구 상황에 맞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민주당은 당초 큰 폭의 물갈이를 추진하려 했으나 요즘은 약간 주춤해졌다. 지난달 하순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 22명에게 결과를 개별 통보했으나 이 가운데 자진 불출마를 표명하는 의원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질서 있는 혁신공천이 가야 할 길”이라며 “시스템 공천 심사와 공정한 경선을 통해 현역 의원의 20% 정도가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을 너무 낮게 설정한 것이다. 이 대표가 제시한 교체 비율에 불출마 의원이 포함된다면 공천 과정에서 추가로 낙마하는 의원은 소수에 그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출마 선언 의원을 제외하고 말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실제 물갈이 폭이 30%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범여권에서 현재까지 불출마 의사를 표명한 의원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정세균 총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무소속 문희상 국회의장 등 총 19명이다. 민주당은 불출마 선언 의원 외에도 교체 대상 의원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경선 과정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게 20%의 감점을 주고 현역 의원이 단수로 공천을 신청한 64곳에서도 후보적합도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은 “현역 의원 단독 출마 지역도 후보적합도가 떨어지면 전략 공천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현역 의원들이 서운할 정도로 경선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공천 물갈이 작업은 처음에는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황교안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 선언과 보수 야권의 통합 성사 이후 탄력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구 의원 3분의1을 컷오프하고 현역 의원을 50%까지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물갈이뿐 아니라 판갈이까지 해야 한다”며 대구경북(TK) 지역 현역 의원을 절반가량 교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가 의원 50% 물갈이를 공언했으나 실제 절반 교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여당은 공천 탈락자에게 공공기관 자리 제공 등 물갈이 수단을 많이 갖고 있지만 야당은 공천 탈락자를 달래거나 압박할 수단을 거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해 우리공화당이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등의 간판으로 출마해 보수야권 표를 분산시킬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미래통합당의 김성태(서울 강서을), 박인숙(서울 송파 갑), 정갑윤(울산 중구), 유기준(부산 서·동구) 의원이 잇따라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혀 보수 야권의 불출마 의원은 총 18명에 이른다. 미래통합당은 20대 국회 역대 원내대표들로부터 받은 의원 성적표와 2018년 지방선거 성적표, 후보적합도 여론조사, 정치 신인에게 높은 가점을 주는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 실시 등 여러 수단을 통해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을 확대해갈 방침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가칭)’과 호남 출신 의원들이 만드는 신당은 소속 국회의원이 많지 않아 현역 물갈이를 본격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천 물갈이 전망 및 문제점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청와대와 친문(親文) 직계 세력은 일정 수준의 물갈이를 주문하고 있으나 지난 총선 때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의해 공천 탈락의 아픔을 경험한 이해찬 대표는 인위적 컷오프를 추진하지 않고 현역 의원들을 가급적 지켜주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통합당은 탄핵 사태에 대해 반성하면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물갈이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면서 “게다가 황교안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을 대폭 교체해서 새 인물을 기용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에 대해 황 평론가는 “민주당은 25~30%, 미래통합당은 35~40% 정도 될 것”이라며 “물갈이를 많이 하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평론가인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민주당은 하위 평가를 받은 20% 의원 가운데 다수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수도권 중진 의원 가운데 일부 상징적 인물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미래통합당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50% 가까이 현역 의원을 교체하고 서울 강남권에서도 3선 이상 의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보수당 출신 의원 7명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 외에도 한두 명을 교체해야 명분이 있는데 이를 실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물갈이 비율에서 민주당은 30%에 근접하고 미래통합당은 35%가량 될 것이지만 이번에는 물갈이 폭과 총선 승패를 곧바로 연결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물갈이 과정에서 친문 인사나 이낙연·황교안 키즈가 대거 공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물갈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 인물 수혈”이라면서 “새 인재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이벤트성으로 인재 영입을 하다 보니까 의정 활동보다는 싸움에 주력하는 의원들이 많이 배출됐다”면서 “유권자들의 정치 염증이 심화되면서 의원 대폭 물갈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영국에서는 평상시에 젊은 인재들을 정당 연구소 직원 등으로 영입해 교육하고 험지에 출마시키면서 육성해간다”면서 “한국에서도 총선 직전에 인재를 영입해 선거에 곧바로 투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는 1996년 총선 때 김영삼 대통령이 주도한 개혁 공천과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 물갈이를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2016년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 파동은 최악의 사례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설적으로 미래통합당 지도부에서는 2016년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쇄신 공천을 교훈으로 삼자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공천 결과가 과거 어느 당의 공천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를 듣게 될까 궁금해진다. /김광덕 논설위원 k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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