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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성우, 연기신(神) 경계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소시민 중만 역

“연극 무대에서, 매일 매일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살았다.” 데뷔 21주년을 맞이한 배성우의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연극 배우의 ‘경제적인 고충’을 떠올리기 쉽지만, 배성우가 말한 이유는 그와는 전혀 달랐다.

배성우는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 이후, 드라마 및 스크린의 문을 두드렸다. 최근엔 드라마 ‘라이브’를 비롯해 영화 ‘베테랑’, ‘더 킹’, ‘안시성’ , ‘변신’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 배우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배성우는 “연기를 하면서 생기는 고민들이 늘 있는데, 그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지더라”고 고백했다. 서울이 연고지인 그는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았기에 집세나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도 좋은 분을 만나 페이도 잘 받았다고 했다.

연기자는 어제보다 오늘,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배우에겐 재미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공연을 자주 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에 끊임없이 연극을 했어요. 그렇게 연극을 하면서 즐거웠죠. 저만 즐거우려고 하는게 아니니까, (관객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할 때도 날이 서 있었어요. 연기할 때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죠. 전 그 순간을 경계하는 편입니다.”

배성우는 “연기신(神)이 오는 걸 경계한다”고 했다. 그것보단 ‘늘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무대에 잘 서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바로 다음날 어제 같이 해봐야지 하는 순간, 바로 망가지게 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공연은 영화와 다른 느낌이라고 할까. 오늘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해서 내일 공연이 꼭 좋지는 않다는거죠.. 그 날만 반짝 하면 안되는 게 바로 공연이기도 해요. 공연이 너무 좋으면 배우가 정말 기운이 나요. 서로 직접적으로 관객과 기운을 주고 받은거니까요. 그런데 그 다음날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요. 어제 같은 매뉴얼로 하는 순간 망하는 길이죠.”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점. 그게 매일 반복된다는 점이 재미있기도 하고 스트레스이기도 해요. 그렇게 공연을 하면서는 늘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살았어요.”



배성우와의 대화 속에서 그가 연기의 균형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제는 영화배우로 더 유명해진 배성우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보는 관객들이 2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지 않는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했다.

배성우는 이번 작품에서 극중 가장 평범한 인물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갑작스럽게 마주한 거액의 돈 가방 앞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소시민 가장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 그이지만 “솔직히 중만 역할 처음엔 고사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대본이 좋았지만, 중만이라는 캐릭터가 매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배성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장점이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 다른 역할에 비해 임팩트가 떨어져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중만은 분명 스토리라인에선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란 생각은 들었는데, 굉장히 조용하고 느리고 답답한 인물로 그려져요. 전체적으로 중만에게는 별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돈 가방을 보고난 뒤 계속 고뇌만 있을 뿐이거든요. 영화의 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의 라인을 찾아가고자 했어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던 배성우. 그는 영화 속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잘 살려내고자 했다. 돈 가방을 가져가고 싶은 욕망어린 마음과 뒤탈이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더해 양심 때문에 고민하는 마음 등 복합적인 감정을 차별적으로 그려냈다. 그렇게 어찌보면 뻔할 수 있는 소시민 캐릭터가 배성우표 연기 옷을 입고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찜질방 사장에게 ’버릇이 없네‘라고 호통치는 장면은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속 처음 돈 가방을 마주하는 중만처럼, 거액이 든 돈 가방을 줍는다면 배성우는 어떤 선택을 할까. 배성우는 “신고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명히 뒤탈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욕’이 없어서일까. 그는 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돈을 좇으며 살지는 않았지만, 작품이 흥행해서 더 많은 작품을 만날 기회가 생기길 바라며 작업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한 것.

배성우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행복’이다. 그것도 삶의 균형을 맞추는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연기 역시 재미있고 행복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연기를 계속해나가는 거라고.

“자본주의 사회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잖아요.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요행을 쫓으면 뒤탈이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생각 없이 돈을 따라가는 삶만을 원한다면 삶의 밸런스가 안 맞을 것 같다. 최근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는데 내가 어떤 대사를 하니 사람들이 웃는 걸 보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거창한 설명 없이도 행복이라는 단어에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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