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시행된 자동차성능·상태점검 배상책임보험(성능점검 보험)이 사실상 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손해보험 업계가 총력 저지에 나섰다. 업계는 약 4년 뒤 이뤄질 요율 조정을 앞당겨 보험료를 최대 25%까지 인하해 부담을 낮추고 점검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최근 정부에 ‘자동차관리법 개정 관련 손해보험업계 의견서’와 함께 올 상반기 중 중고차 성능점검 보험료를 평균 20%(최대 25%) 인하하는 방안을 포함한 제도개선안을 제출했다.
보통 일반보험은 5년간 실제 사고 통계를 기초로 요율을 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손보 업계가 상품 출시 8개월 만에 조기 인하 방침을 정한 것은 중고차 매매 시 성능·상태점검 내용과 실제 상태가 다른 경우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도입된 의무보험을 임의보험으로 되돌리는 자관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 중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앞서 지난 2017년 1월 중고차 성능점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의무보험 도입에 공을 세웠던 함진규 미래통합당 의원은 제도가 시행된 지 2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본인이 만든 제도를 무력화하는 자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료가 과도하게 높은데다 성능·상태점검업자와 중고차 매매사업자 간 분쟁 갈등이 있고, 고액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려는 보험사의 일방적인 보험 해지 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당초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자관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회 일정이 전면 취소되면서 일단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임시국회는 다음달 1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법사위가 열리기만 하면 해당 법안은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의무보험이 임의보험으로 전환되는 첫 사례가 된다.
업계가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안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는 보험료 인하 외에도 보증범위를 확대하고 점검항목과 보증범위를 일치시키는 등 성능점검 보험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기로 약속했다. 또 약관상 보험금은 7일 이내 지급이 원칙이지만 이를 3일로 단축하고 보험금 지급 결정 전에도 피보험자인 성능점검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추정 보험금의 50% 상당액을 가지급보험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손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 부실 성능점검에 따른 사고 건수가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1,228건이 발생하고 연간 보험금 지급 추정 건수가 1만5,000건에 달할 정도로 제도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며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이면의 이유가 없다면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순기능을 살리는 것이 소비자를 위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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