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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기브 또 기브 앤 테이크하라

<118> 리스크·평판 관리의 중요성

기브 앤 테이크 진정성 결여땐 역효과

잇속 챙기기로 느껴지면 받기도 싫어

경쟁력 위해 많이 주면서 적게 받고

더 빨리주고 더 늦게 받는 능력 길러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다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지.’ 비즈니스 업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면 흔히 듣는 이야기다. 주고받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은 이 평범한 진리를 다 알고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세상 경험이 일천한 학생들도 경제학원론 시간에 들어서 아는 말이다. 그럼 무엇이든지 다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도박·마약·뇌물·성은 주고받아선 안 된다. 그러면 그 외 다른 것들은 아무렇게나 주고받으면 되는가. 그렇지 않다. 진정성이 결여되면 역효과만 불러오게 마련이다. ‘네가 나한테 잘하는 것이 결국 네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 나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상대방이 아무리 주겠다고 해도 받기가 싫어진다.진정성을 가진 기브 앤 테이크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중고물건을 매매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장사꾼이 있다. 이 가게 앞에는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손님들이 줄에 줄을 서 있다. 왜 그럴까. 이 업계의 관행은 이렇다. 물건을 팔러 오면 일단 자신의 가게에 물건을 진열해뒀다가 팔리면 그때 돈을 준다. 일종의 후불제다. 그런데 이 장사꾼은 좀 다른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한다. 좋은 물건이 오면 일단 돈부터 준다. 관행과 달리 혼자 선불제를 시행하는 셈이다. 참고로 이 장사꾼은 좀 성미가 급하다. 좋은 물건을 보면 일단 남들에게 뺏기기 싫어 현찰부터 주는 것이다. 절대 외상으로 물건을 사는 법이 없다. 돈이 없으면 아예 안 산다. 물건을 현장에서 보고 블링크의 순간에 사다 보니 비싸게 사기도 한다. 심지어 가짜물건도 산다. 그래도 이 상인은 여전히 선불제를 고집한다. 보다 못한 아들이 묻는다. “아빠, 남들은 다 후불제를 하는데 왜 아빠만 선불제를 해요.” “얘야, 그래야 제일 좋은 물건들이 나한테 제일 먼저 온단다.” 이 가게 주인이라고 현금을 무한정 쌓아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다 정말 좋은 물건을 가져왔는데 마침 현찰이 부족하다. 꼭 사고 싶은 욕심이 나면 돈을 남에게 빌린다. 여간해서 돈을 잘 빌리지 않는다. 이자 주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그렇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정말 맘에 드는 물건이 들어왔는데. 그래서 할 수 없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그 물건은 곧 팔리고 손에 돈이 들어오자마자 은행에 가서 갚는다. 아직 갚을 만기가 3일이나 남았는데도. 보다 못한 아들이 묻는다. “아빠! 왜 3일 이자를 낭비하세요? 더 갖고 있다가 만기일에 갚으면 되는데.” “얘야, 그 현찰을 그때까지 집에 갖고 있다가 불이 나거나 도둑맞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느냐.” 그러다 보니 은행직원은 가끔씩 가게에 들러서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한데요, 혹시 돈 좀 더 필요하지 않으세요?”라고 묻곤 한다.

하루는 친구가 가게에 찾아와서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한다.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3,000만원만 빌려달란다. 그것도 현찰로 당장. 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까. 참고로 여러분은 그 액수의 돈을 지금 갖고 있다. 첫째, 요구하는 대로 다 빌려주면서 차용증서를 꼭 받아둔다. 둘째, 매정하지만 돈이 없다고 둘러치면서 한 푼도 안 빌려준다. 셋째, 요구액수의 10분의1인 300만원을 아무 서류 없이 그냥 빌려준다. 그 상인은 세번째를 선택한다. 옆에 있던 아들이 묻는다. “아빠! 왜 각서 한 장 안 받고 300만원씩이나 빌려줘요. 나한테는 용돈 30만원도 안 주시면서. 그러다 떼이면 어쩌려고요.” “얘야, 내가 3,000만원 대신 300만원을 준 것은 그 돈을 떼이는 셈 치고 계산해서 나온 액수다.” 그럼 그 친구는 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친구에게 가서 같은 이야기를 해야 했을 것이다. 목표액수 3,000만원을 다 채울 때까지 말이다. 만약 그런 친구 10명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신의 평소 인간관계를 이참에 재고해볼 수밖에 없다. 아니면 자신에게 3,000만원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가서 다시 통사정을 하는 수밖에.



이 상인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첫째,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 둘째, 손님에 대한 신뢰, 셋째, 현금보유 능력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탁월한 것은 리스크와 평판관리 능력이다. 세상은 진정성 있는 기브(×2) 앤 테이크로 돌아간다. 그래서 더 많이 주면서 더 적게 받고, 더 빨리 주면서 더 늦게 받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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